"정부 믿고 투자했는데…" 中 드론 택시 가짜 계약에 패닉
중국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술 기업 이항(Ehang)이 기술조작·가짜계약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120달러 이상에 거래되던 이항의 주가는 하루사이 60% 넘게 급락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이항의 드론택시를 들여와 한강 상공에 띄웠던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 울프팩리서치는 지난 16일 '추락으로 향하는 이항의 주가폭등'이라는 제목의 33쪽짜리 공매도 리포트를 발간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이 리포트를 통해 이항이 거액의 가짜 계약을 맺었을 뿐 아니라 드론택시 생산을 위한 기초적인 조립라인도 갖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렸던 ‘아이치이’의 매출조작을 제기해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까지 이끌어 낸 기관이다.

리포트가 나오자 이항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이항의 주가는 전일 대비 62.7% 떨어진 46.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사이에 시가총액 4조7000억원이 증발했다.

이항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K-드론관제시스템' 비행 실증행사에 등장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이 행사에서 이항의 2인승급 기체(EH216)는 쌀가마니를 싣고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마포대교 일대 1.8㎞ 구간을 약 7분간 비행했다. 서울시는 이 행사를 위해 이항의 드론을 약 3억원에 구입했다.

이항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서울시와 국토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서울시와 국토부를 믿고 투자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비행 실증행사를 열었을 당시에도 "국내 행사에 굳이 중국산 드론을 들여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매도 리포트에는 서울시가 구입한 이항의 드론 EH216의 운항 면허에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항은 EH216이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유인 등급'을 받았다고 발표했지만, 이 기체는 특정 지역에서만 유인 운행 가능한 시험 비행 허가를 받았다는 게 울프팩리서치의 주장이다. 울프팩리서치는 EH216의 생산 환경 역시 제대로 된 제조 라인 없이 여러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항의 드론을 구입하는 과정을 도운 중국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대응에 나섰다. 시는 지난해 드론을 구입할 당시 중국 현지에 실사도 나가지 못하고 구매를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출장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출장길이 막혀 직접 실사를 하는 대신 중국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실시간 영상으로 기술력을 확인했다"며 "현지 에이전트에 연락을 취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항과의 계약은 단발성 기체 구매 계약으로 업무협약이나 추가 구매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이항으로부터 구매한 기체는 현재 한국항공대가 무상으로 빌려 UAM 전문 인력 양성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16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5억5000만달러(약 6100억원) 규모의 이항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종목 가운데 아홉 번째로 많은 종목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