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모 옹호자, 이인철 변호사에 항의
"버린 부모가 잘못이지 양모가 무슨 잘못인가"
이인철 "공갈.협박전화에 시달려"
17일 '정인이 사건' 2차 공판 진행
증인 신문 통해 '살인 고의성 입증' 공방
가사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정인이 입양 부모에 대한 2차 재판이 열린 17일 "정인이 사건 관련 영상을 올렸다가 양모를 옹호하는 위와 같은 내용의 항의전화와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인철 변호사는 최근 유튜브에 '정인이 '그것이 알고 싶다' 사건 분석, 형량 예상, 대책 분석'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방송 이후 가해자인 양모 장모 씨를 옹호하는 이들로부터 막말과 협박성 전화가 왔다"면서 "그들은 정인이 사건 관련해 양모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인철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항의전화를 한 A 씨는 "법률을 공부하신 분이 그렇게 중립성이 없어서 되겠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인철 변호사가 "지금 양모가 잘못해서 재판받고 있는데 무슨 말씀이냐"고 되묻자 A 씨는 "양모가 잘못한 게 아니고, 정인이를 버린 사람이 (잘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모가) 불쌍하다고 거둔 걸 가지고… (아이 버린) 사람이 잘못한 건 그 사람이 잘못한 거지. 그건 양모가 잘못한 게 아니다. 걔(정인이)가 뭐가 불쌍하냐. 공짜로 내 돈(세금) 뜯어먹다 갔다"고 주장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어떤 분은 협박하며 돈을 달라고 한 사람도 있다"면서 "정말 경찰 조사나 재판에 반대 의견이 있다면 떳떳하게 법원에 가서 탄원서를 내라"고 지적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계속해서 전화나 문자 등으로 항의하고 막말을 하면서 공포감을 주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고 악성 댓글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될 수도 있다"면서 "다른 사람을 협박해서 돈을 요구하면 공갈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 다양한 의견 표현을 할 수 있지만 보편적인 정의, 보편적인 가치, 법의 정신이라는 게 있다"면서 "정인이 사건에서 정인이는 무고한 희생자로 양모의 범행은 명백한 사실이다. 갓난아기를 무참하게 폭행 학대하여 사망하게 하면 아동학대치사죄를 넘어 아이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인이를 보호하지 못한 여러 담당자, 기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면서 "이들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세심하게 주의했어야 하는데 정인이를 살릴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친 것은 설령 고의는 없다고 하더라도 과실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경찰은 사건처리에서 편견을 버려야 한다. 사람이 한번 편견을 가지면 이 편견은 깨기가 힘들다. 예단을 배재해야 한다"면서 "아동학대 하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친부모, 양부모, 친척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아동학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리조치’라고 강조한다.
이인철 변호사는 "일단 아동학대신고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일차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피해 아동을 가해자와 신속히 분리하는 것이다. 아동학대의 진위여부는 분리이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분리조치다. 정인이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바로 분리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 조치만 잘했더라면 정인이는 살 수도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끝으로 "다시는 정인이와 같은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인이 사건'을 절대 잊지 말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개선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오전 10시부터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 씨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씨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증인 신문을 위해 어린이집 관계자, 홀트아동복지회 복지사 등이 출석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처음 입학할 당시만 해도 정인이는 쾌활하고 밝은 아이였다. 포동포동하고, 건강 문제도 없이 연령대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입학 이후 정인이의 얼굴과 팔 등에서 멍이나 긁힌 상처 등이 계속 발견됐다. 허벅지와 배에 크게 멍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정인이는 지난해 1월 양부모에게 입양돼 같은 해 10월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 췌장 등 장기가 절단되고 온몸 구석구석 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