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대행 주재로 ‘서울교통공사 재정 정상화 태스크포스’ 첫 회의가 열렸지만, 문제의 본질을 짚고 근본대책을 세울지 의구심부터 든다. 공사는 ‘65세 이상 무임승차’가 부실 원인이라며 서울시든 중앙정부든 그만큼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니면 요금인상을 하든지, 그도 어려우면 빚을 더 낼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서울시는 공사의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눈치를 보고 있다.
행안부는 이미 예외로 부채 한도를 높여준 서울교통공사에만 ‘특혜’를 더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요금 인상권한은 시·도에 있다”고 원론적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 승객 한 명을 태우는 데 2020원이 들었지만, 기본요금은 수년째 1250원 그대로다. 하지만 ‘비용 계산’ ‘수익자 부담’ 같은 핵심 문제는 모두 외면하고 있다. 4월 시장 선거, 내년 대선도 의식했을 것이다.
자기 쪽 입장만 내세우는 3자의 변명은 얼핏 보면 모두 그럴듯하다. 하지만 공사는 ‘노인 무료 정책’ 핑계만 대며 자체 경영혁신 노력을 회피해 왔다. 서울시는 방대한 예산을 다 어디에 썼는지 만기가 다가오는 공사 부채 상환여력이 없다. 수권자본금을 늘리는 등 ‘회계기술’로 빚 확대나 꾀하는 이유다. 행안부는 급증하는 지방부채를 나름대로 억제하고 있지만, 무섭게 늘어나는 국가채무를 보면 중앙정부도 앞뒤가 안 맞는다.
빚더미 서울지하철은 예고된 위험지대에 들어서면서 ‘안전 예산’ 마련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근본 원인은 폭탄돌리기 같은 ‘NIMT(not in my term: 내 임기 중엔 불가)’다. 책임을 다른 데로 떠넘기는 고질적 보신 행정도 한몫했다. 올해 1000조원을 넘게 될 국가부채도 한국형 NIMT의 소산이다. 그제 집권 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국가채무가 올해 GDP의 53%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국가신인도 하락 위험까지 살펴봤는지 모르겠다. 모두가 내 임기 중에는 ‘때깔 나고, 폼 잡는’ 선심 결정만 하려 든다. 정부도 지자체도 공기업도 모두 그렇게 빈털터리 재정이 돼 간다. 민간 기업이면 벌써 부도가 났을 것이다. 나라살림이 이렇게 허술하고 무책임해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