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에서 개당 5만달러를 돌파했다.

16일(현지시간) 미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메트릭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7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 개당 5만487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5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첫 결제에 성공한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은 사카시 나카모토(가명)라는 인물이 2008년 10월 창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2100만 개까지 채굴이 가능하다. 현재 유통 물량은 전체의 88%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던 작년 3월 개당 4000달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사상 처음 2만달러 벽을 깼다. 올해 1월 초 3만달러, 이달 초 4만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이날 순식간에 5만달러까지 돌파했다. 작년 3월 이후 1년도 안돼 12.5배 뛴 것이다.

비트코인뿐만이 아니다. 이더리움 테더 카다노 리플 이오스 네오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대체 암호화폐)들도 동반 급등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6일 개당 5만달러를 돌파하는 새 기록을 썼다.
비트코인 가격이 16일 개당 5만달러를 돌파하는 새 기록을 썼다.
암호화폐 가격이 수직 상승하고 있는 건 본격적으로 ‘금융 자산’의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매스뮤추얼 BNY멜론 피델리티 등 전통 금융회사들은 잇따라 암호화폐 시장 개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캐나다에선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세계에서 처음 금융당국 승인을 받기도 했다.

미 최대 금융회사인 JP모건의 대니얼 핀토 공동 사장은 지난 14일 CNBC 인터뷰에서 “월가의 거대 금융회사가 개입해야 할 정도로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증시 발언권이 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수 차례 암호화폐 지지 발언을 내놓은데다 전날 “도지코인 대량 보유자들이 코인을 팔면 내가 사겠다”는 의미의 트윗을 날린 것도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 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달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미국 정부가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면서 달러 가치 하락을 회피(헤지)할 수 있는 암호화폐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암호화폐가 금융상품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범용성이 약하고 가격 급등락 위험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20억달러 규모로 팽창했으나 단기 차익 목적의 헤지펀드가 발을 뺄 경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지난달 열린 인준청문회에서 “비트코인을 통한 자금 세탁이 이뤄지지 않도록 (규제)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암호화폐 관련 펀드인 스택펀드의 매트 딥 공동 창업자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블록타워캐피탈의 아리 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위터에 “약간의 조정기를 가질 수 있겠지만 종전보다 훨씬 큰 급등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