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린 홍콩·싱가포르가 지난해 사상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거뒀다. 코로나19로 내수경제가 침체된 것과 동시에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과의 교역량이 줄어든 여파다.

中 의존도 높은 홍콩·싱가포르 경제 휘청…올해 V자 반등하나
18일 홍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경제성장률은 -6.1%로 집계됐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5.9%) 후 최악의 성장률이다. 홍콩은 국가보안법 반대 집회가 시작된 2019년에도 마이너스 성장률(-1.2%)을 냈다. 사상 처음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낸 것이다.

작년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강력한 봉쇄 조치로 민간소비를 비롯한 내수경제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0.2%, 설비·건설투자(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은 -11.6%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내수 침체를 겪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관광 수입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여행수지가 크게 줄면서 서비스 수출 증가율이 -36.8%를 기록했다.

중국이 지난해 7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한 것도 홍콩 경제에 상흔을 남겼다. 미국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미국은 이전까지 홍콩에 관세·비자 등에서 특별 대우를 해왔는데 이를 박탈한 것이다. 특별지위 박탈 전후로 홍콩을 등지는 외국 기업이 늘었고, 외국인 직접투자도 그만큼 줄었다.

싱가포르는 홍콩보다는 낫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 싱가포르 경제성장률은 -5.4%로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최악의 성장률을 냈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2001년(-1.1%) 후 19년 만이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주력 산업인 관광업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각국 생산설비가 가동을 멈추거나 가동률을 낮추면서 싱가포르의 제조업, 무역업 등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수출 텃밭인 중국으로의 제품 수출도 급격히 감소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지난해 충격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과 대만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9년 기준 1인당 소득은 싱가포르가 5만9590달러, 홍콩이 5만800달러다. 다만 인구가 적어 경제 규모(명목 GDP)는 싱가포르가 3721억달러, 홍콩이 3658억달러로 한국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올해는 ‘기저효과’를 바탕으로 두 곳 모두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싱가포르와 홍콩의 성장률을 각각 5%, 3.7%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홍콩 정부는 대(對)중국 수출이 늘어나는 데다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