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중 일산화탄소 중독 등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기록적인 한파의 영향으로 숨진 사람이 텍사스 등 8개 주(州)에서 최소 31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악마가 온 듯한 추위"라는 표현까지 썼다.
대규모 정전으로 추위에 떨던 주민들이 자동차나 벽난로를 이용해 난방을 시도하다가 화재나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정전으로 인해 차고에 주차된 차에서 지내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일가족 2명이 사망하기도 했고 할머니와 손자 3명이 벽난로에 불을 지피다가 화재로 숨졌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는 어린이 1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치료를 받았고 해리스 카운티에서만 200건이 넘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례가 발생했다. 늘어나는 사망자에 대비하기 위해 텍사스주의 법의관 사무실은 임시 시체 안치소를 요청하기도 했다.
눈이 녹아 미끄러운 빙판길 때문에 숨지는 일도 여럿 발생했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한 남성이 얼음에 미끄러지며 머리를 부딪쳐 숨졌고, 테네시주에서는 10세 소년과 6세 여동생이 얼음이 깨진 연못에 빠져 사망했다.
텍사스주와 켄터키주에서는 미끄러운 도로 탓에 10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미시시피주에서는 차가 빙판길에 전복돼 남성 1명이 숨졌다.
미주리주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는 제설기와 부딪힌 사망자도 1명씩 나왔다. 겨울 폭풍으로 최소 4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로 3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혹독한 추위에 따른 대규모 정전 사태도 계속됐다. 최악의 '블랙아웃' 사태를 겪은 텍사스주에선 270만 가구의 전력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텍사스주는 16일 한때 정전 규모가 430만 가구에 달했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 버지니아, 오하이오, 오리건주에서도 최대 10만 가구에 이르는 정전 상황이 이어졌다.
미국 기상청(NWS)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큰 인명·재산 피해를 낸 겨울 폭풍은 물러갔지만 새로운 겨울 폭풍이 이틀 동안 중남부와 북동부를 휩쓸 것으로 예보했다. 새로운 폭풍 경보가 내려진 지역의 주민은 1억명에 이른다.
기상청은 이번 폭풍이 텍사스 동부와 아칸소,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테네시 일대에 눈을 뿌린 뒤 18일에는 북동부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