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법종 교수, 저서 '화륜선 타고 온 포크…'서 주장

"거북선을 철갑함으로 서구 세계에 알린 최초의 기록은 1883~1887년 사이 작성된 포크 보고서의 내용과 이를 보도한 1894년 미국의 신문 보도 자료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추정한다.

"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승전을 상징하는 거북선을 '최초의 철갑함'으로 처음 서양에 알린 건 19세기 후반 주한 미국대리공사를 지낸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 미 해군 중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법종(60)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최근 출간한 '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알파미디어)에서 거북선이 서구 세계에 알려진 기록을 논의하면서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

조 교수는, 캐나다 출신으로 연세대 교수를 지낸 새뮤얼 홀리가 포크의 일기 등을 토대로 2007년 출간한 '은둔의 왕국 속으로'(Inside the Hermit Kingdom)를 이번에 처음 번역하면서 거북선 관련 내용도 추가했다.

책은 거북선 연구사에서 서구 세계에 거북선의 존재를 최초로 알린 자료에 관해서는 1882년 미국 출신 동양학자 윌리엄 그리피스의 저술과 1883년 영국 해군 보고, 1883~1887년 미 해군 포크의 보고 등 세 가지 견해가 있다고 소개한다.

그리피스는 조선을 방문하지 않고 일본 기록 등을 참조해 책을 써 거북선을 중국 배로, 이순신을 중국 장군으로 표현하는 오류가 있었다고 조 교수는 설명한다.

또 영국 해군의 보고서가 미국 신문에 소개됐다는 기록의 실제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도 덧붙인다.

이를 바탕으로 포크의 보고에 무게를 둔다.

책에는 조 교수가 새로 수집한 거북선 관련 자료 사진도 담겼다.

특히 뉴욕공립도서관이 소장한 거북선 그림 목판인쇄물 속 '조선의 철갑함'(Korean ironclads)이라는 제목 표현에 주목한다.

저자는 "거북선을 서구 세계에 철갑함으로 표현한 최초의 기록으로 파악된다"며 "외교 조사 기록으로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공개된 최초의 거북선 철갑함 소개 기록"이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1894년 8월 9일 포크의 보고서를 인용한 더 선, 뉴욕타임스, 모닝뉴스 등의 보도로 거북선이 미국 사회에 처음 소개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저자는 "1899년까지 25개 이상의 신문에 게재돼 미국 사회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한다.

당시 더 선은 '조선의 철갑함, 일본과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현재까지 남아 있다'고 적었고, 뉴욕타임스는 '고대의 물고기 모양 배-조선 사람들은 철갑함을 갖고 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모닝뉴스는 '조선 해군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했다.

더 선은 1897년 10월 24일, 보스턴글로브는 같은 해 11월 3일 쓴 기사에서 거북선의 모습을 그림으로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북선이 중국의 철갑함이라고 적었다.

저자는 "포크 사후 그의 부친이 유품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보인다"고 전했다.

책은 1884년 11~12월 포크가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 출발해 남쪽 지역을 관통하는 1천448㎞를 44일간 여행하며 쓴 380쪽 분량의 노트 2권 속 내용도 소개한다.

포크는 조선 왕조의 고위 관리나 정부 관리처럼 가마를 타고 여행했다.

포크가 조선 정부가 발급한 지방 여행 허가서 '호조'(護照)를 지참해 자신이 통과한 지역 책임자들의 서명을 받았고, 각 지역의 행정 관할구역 공간을 다르게 채색한 대동여지도를 들고 다녔다는 내용도 접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