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에이치엘비, 거래정지 피한다…소송戰 돌입 가능성↑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두고 금융당국 조사를 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에이치엘비가 거래정지를 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식회계와 배임, 횡령이 아닌 불공정 거래 혐의는 원칙적으로 거래 정지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한국거래소 입장이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해당 혐의에 검찰 고발을 한 뒤 법정에서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거래정지 사유 아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18일 “거래 정지는 보통 금융감독원 회계심사국이 분식 회계나 횡령, 배임 등의 사유로 조사를 한 뒤 검찰에 고발하면 조치가 이뤄진다”며 “에이치엘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는 작년 말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발표한 혐의에 대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았다. 에이치엘비가 경구용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허가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임상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내용의 의견을 받고도 이를 숨겼다는 게 금융당국 주장이다.

에이치엘비의 혐의는 당초 알려진 허위 공시가 아닌 불공정 거래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보세라닙 임상은 에이치엘비의 자회사 엘레바가 수행한 것으로 공시 대상이 아니다. 공시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단 얘기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공시 대신 2019년 6월27일 장중에 긴급 간담회를 열고 “현재까지 나온 수치를 분석한 결과 전체생존기간이 최종 임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직접 발표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에서 주도했기 때문에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정서 진위 가려질듯

에이치엘비는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 후 검찰 고발 조치를 받을 것이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결정을 앞두고 있다. 증선위에서 검찰 통보 조치가 확정되면 법정에서 진위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에이치엘비는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증선위가 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증선위에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겠다는 것이다. 검찰 고발 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면 무혐의 입증에 자신하고 있다. 임상 성공 발표는 FDA 출신 전문가들이 속해있는 미국 법무법인 코빙턴이 판단했고, 에이치엘비의 과학기술자문단(SAB)의 전문가 의견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언급한 ‘사실상 실패’에 대한 내용은 전체생존기간 데이터 중 일부에 대해 FDA가 의견을 낸 것”이라며 “이후 FDA와 대면 회의를 통해 오해를 모두 해소했고, 추가 자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이치엘비는 임상 3상 시험에서 전체 임상 환자의 40%(180명) 대상인 4차 환자의 경우 1차 유효성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를 포함해 모든 지표가 신약 허가에 충분한 수치가 나왔다고 주장한다. 전체생존기간이란 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후부터 사망에 이르는 기간을 뜻한다. 약물 투여 중 종양 상태가 악화되지 않은 기간을 뜻하는 무진행생존기간(PFS)과 함께 신약 허가에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3차 치료제가 아닌 4차 치료제로 할 경우 모든 데이터가 잘 나와 신약 허가에 문제가 없단 얘기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또 “세계적 권위의 암학회인 유럽암학회(ESMO)는 제출된 3904개 논문 중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최고 논문으로 뽑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 회장이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증선위를 앞두고 있어 보수적으로 말했지만 앞으론 적극적으로 반박할 계획”이라며 “무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논란이 수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허위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라정찬 네이처셀 회장은 지난 7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8년 8월 재판에 넘겨진지 2년 반에 나온 결과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