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전기차·태양광·배터리 주식이 폭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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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개장 전까지 차분했습니다. 경제적 이벤트보다
이날 오후 12시 미 하원에서 열릴 '게임스톱' 관련 청문회에 집중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급등하며 며칠째 시장을 흔들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1.2%대 후반에 머물고 있었고, 주요 지수선물도 약보합권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전 8시30분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시장 예상치(77만여 명)을 훨씬 웃도는 86만1000건으로 발표됐습니다. 지난 1월16일주 이후 가장 많은 수치였습니다. 그 전주 발표치 79만3000건도 84만8000건으로 5만5000건이나 상향 조정됐습니다. 특히 팬데믹 특별 실업급여에서도 신규 청구자 수가 전주보다 17만4000명 증가한 51만6000명에 달했습니다. 즉 지난 한 주 간 총 138만 명이 새로 실업급여를 타겠다고 신청한 것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순식간에 다시 1.316%까지 치솟았습니다. 여전히 고용시장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확인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겁니다. 더 큰 부양책은 더 많은 국채 발행과 재정 지출, 그리고 중앙은행(Fed)의 지속적 유동성 공급을 뜻합니다. 모두 금리 상승 요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원래 경제 지표가 좋지 않으면 금리는 내려가는 게 정상이지만, 지금은 경제와 시장 전체가 통화 및 재정정책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라며 "고용 악화로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진 탓에 금리가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1월 수입물가는 전달에 비해 1.4% 올라 예상(1.0% 상승)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이는 2012년 3월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입니다.
기업 실적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월마트가 부진한 4분기 순이익을 발표하고, 올해 실적 전망도 다소 부정적으로 제시하면서 개장 전 거래부터 주가가 4% 이상 급락했습니다.
오전 9시30분, 정규장이 열리자 주요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은 1% 넘게 떨어진 채 장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S&P 500 지수 3900선 안팎에서 또 다시 조금씩 매수세가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양상은 지난 6거래일 동안 5거래일에 발생해왔습니다. 뉴욕 증시가 하락세로 출발하고 저가매수세가 들어오며 반등하는 모습이 이날도 이어졌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분석가는 "이런 반등은 증시의 탄력성을 보여주지만 투자자들의 피로도 쌓이고 있다는 걸 함께 나타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38% 하락했고 S&P 500은 0.44%, 나스닥은 0.72% 내린 채 마감됐습니다.
나스닥이 또 다시 더 하락폭이 큰 건 고성장 기술주에선 장 후반에도 반등세가 나타나지 않은 탓입니다.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감 탓인지 차익실현 매물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면서 퓨얼셀(-16.55) 플러그파워(-10.67%) 블룸에너지(-7.48%) 니콜라(-6.26%) 니오(-5.04%) 선파워(-16.69%) 퍼스트솔라(-4.65%) 등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그동안 급등해온 고평가된 기술주들의 하락세가 상당히 컸습니다. 바이두(-3.46%)를 필두로 알리바바(-2.47%), 텐센트(-1.32%) 핀둬둬(-3.47%) 등 중국 기술주들도 급락했습니다. 10년물 수익률도 1.2%대 후반으로 소폭 내려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급증한 실업급여 청구건수에도 금리가 이 정도에서 유지되는 건 여전히 금리 상승 압력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달 초 민주당 인사인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너무 큰 부양책으로 인해 과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 "최근 월가에서 나오는 리포트에는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을 제기하는 지적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물러설 조짐이 없습니다. 이날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CNBC에 출연해 "경제가 완전한 회복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큰 패키지'의 부양책이 필요하다"면서 "너무 적게 쓰는 대가가 크게 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모든 정부 지출이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인플레이션은 지난 10년 넘게 매우 낮았다. 위험하다는 건 알지만 Fed 등이 이를 해결할 도구를 갖고 있는 위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제기합니다. 투자자들은 더 큰 부양책 → 경기 과열 및 인플레 가능성 → 금리 상승 → 증시 밸류에이션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월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최근 JP모간이 내놓은 보고서(Big government, runaway inflation and a market bubble?)를 인용해 월가의 컨센서스를 전해드리겠습니다.
① 더 많은 부양책이 나올 경우 경제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 혹시 과열을 부르지 않을까?
=래리 서머스 등 일부 경제학자들이 부양책이 너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열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고용 시장에 엄청난 부진이 있다는 것이다. 인구 대비 고용 비율은 1980년대 초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번 주 발표된 1월 인플레이션 수치를 봤는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 월 전년도에 비해 1.4% 올랐다. Fed의 목표(2%)에 비해 훨씬 낮다. 어디에든 인플레이션 징후가 없다.
의회예산국(CBO)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1960년 이후 잠재성장률의 3분의 2 이하로 성장해 왔다. 지금은 경제가 더 뜨거워지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② 안 그래도 인플레 우려가 큰 데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치솟지 않을까?
=인플레가 오를 것이다. 그게 핵심이다. 인플레 상승은 경제의 치유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미국인이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며, 더 많은 물건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럴 때 기업은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상품 가격을 인상하게 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하룻밤 사이에 급등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라. 주기적 인플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인 인 임금과 주거비용을 보자.
노동 시장에는 여전히 많은 여유가 있으며, 이는 임금 상승 압력이 당분간 없을 것임을 뜻한다. 주거비용도 마찬가지다. 주택 구입 가격은 상승했지만 전염병이 진행되는 동안 임대료는 하락했다. 경제가 정상화될 때 지출이 확 늘어날 수 있는 부분(소비)은 핵심 개인소비지출(PCE)의 9%에 불과하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③ 인플레 기대와 금리 상승은 증시를 압박하지 않을까?
=첫 번째, 우리는 주식 시장이 지금의 밸류에이션을 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미국 대형주 기업의 수익력은 사상 가장 급격한 경기 침체를 겪었지만 충분히 버텨냈다. 또 낮은 채권 금리로 인해 주식과 그 장기적 잠재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 또 기업들의 대차대조표는 건전하고 파산 위험은 낮다. Fed의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두 번째, 더 높은 밸류에이션만이 주식이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주식으로부터의 수익은 배당금, 이익 성장 및 주가수익비율 상승이란 세 가지 출처에서 비롯된다.
S&P 500의 배당금은 1.5%(MSCI 세계지수는 1.9%)에 달한다. 채권 수익률을 능가한다. 또 올해 S&P 500 기업의 이익은 2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수익비율은 물론 금리가 상승하면 약간 축소될 수 있지만 대폭 증가할 수익 증가를 상쇄할 수는 없을 것이다.
JP모간은 이렇게 보고서의 끝을 맺습니다. "경제 회복을 희망하던 단계는 아마도 곧 끝날 것이다. 그건 실제 성장하는 단계가 시작된다는 걸 뜻한다. 그런 기회를 놓치고 싶은가."
P.S. 게임스톱 청문회는 역시 청문회였습니다. 관심은 많이 쏠리고 시끄러웠지만 실제 밝혀진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