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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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기관이 지난해 해외 주식·펀드를 비롯한 지분증권 투자로 558억달러(약 61조7370억원) 규모의 평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수익률은 역대 가장 높았다. 해외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서학개미'가 늘어난 데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50% 가까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작년 영업이익 36조원, 이중 해외 비중이 86% 가량 되는 점을 감안하면 서학개미의 해외 평가 수익이 삼성전자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 보다 2배 가량 많은 셈이다.

작년 말 보유한 해외주식 3447억달러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0년말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지난해 말 개인·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펀드 등 지분증권 잔액은 4535억달러로 2019년 말(3447억달러)에 비해 1088억달러 늘었다. 연간 증가폭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10년 이후 역대 최대다. 지분증권 잔액의 증가폭이 커진 배경으로는 해외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거래요인) 데다 보유한 해외 주식 가치가 상승(비거래요인)한 결과다.

개인과 기관은 지난해 해외 주식·펀드를 531억달러 추가로 사들였고 보유한 해외 주식·펀드가치는 558억달러 불었다. 서학개미 등 국내 개인과 기관이 작년에 해외 주식과 펀드를 사들여 558억달러 규모의 평가차익을 거뒀다는 뜻이다. 작년 보유한 지분증권 잔액(4535억달러) 대비 평가차익(558억달러)을 나타낸 해외 지분증권 투자 수익률은 12.3%에 달한다. 이 같은 평가수익률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0년 후 가장 높았다.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미국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43.6% 상승했고, 다우지수는 7.2% 상승했다. 보유한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주식 등을 달러로 환산한 가치가 불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유로화는 달러 대비 8.9% 가치가 절상됐다. 중국과 일본도 각각 6.7%, 5.2% 절상됐다.

작년 테슬라 주식 8배 뛰어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1위 해외주식은 미국 테슬라로 30억171만달러에 달했다. 그 뒤를 애플(18억9956만달러) 아마존(8억3317만달러) 엔비디아(6억4768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4억4407만달러) 등이 이었다. 순매수 1~10위 대부분이 나스닥 상장 종목이었다. 순매수 1위인 테슬라의 작년 중가 상승률은 743%에 달했다. 상위권에 진입한 종목 중에는 일본 게임 자회사를 거느린 반다이남코홀딩스(1억7670만달러), 중국 반도체회사 SMIC(1억7267만달러) 등도 눈에 띈다.

테슬라는 지난해에만 743.3% 뛰었다. 작년 저점인 3월18일(72.24달러) 대비 작년 고점인 12월31일(705.67달러) 사이 수익률은 876.8%에 이른다.

순매수 2~4위인 애플(80.7%), 아마존(72.4%), 엔비디아(121.9%) 등도 작년에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8.4% 올랐다. 나스닥에 상장된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서학개미들이 짭짤한 수익을 거둔 것이다.

올해도 서학개미들의 기술주 사랑은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 18일까지 서학개미 순매수 1위는 테슬라(10억4799만달러)였다. 그 뒤를 애플(6억4962만달러), TSMC(2억9104만달러), 아크 이노베이션 ETF(2억4508만달러) 바이두(2억1354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서학개미, 올 수익률 지지부진

하지만 이들 종목의 올해 수익률은 좋은 편이 아니다. 테슬라의 지난 18일 종가(787.38달러)는 사상 최고가인 지난 1월26일(883.09달러)에 비해 10.8% 떨어졌다. 애플은 올들어 지난 18일까지 2.2% 하락했다. 올해 최고점인 지난 26일 대비로는 9.3% 떨어졌다. 아크 이노베이션ETF 지난 18일 종가도 올해 최고점인 지난 12일에 비해 4.7% 떨어지는 등 부진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작년 말 한국 순대외금융자산은 595억달러 감소한 4414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말 단기외채비율(단기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값)은 35.5%로 전년 말 대비 2.6%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정부, 가계, 기업, 은행 등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외화 빚을 나타낸 단기외채는 지난해 말 1575억달러로 전년 대비 230억달러 늘었다. 지난 3월에 코로나19 충격으로 곳곳에서 달러 조달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은행들도 단기 외화 빚을 대폭 늘린 결과다. 단기외채가 늘면서 단기외채비중(단기외채를 전체 대외채무로 나눈 값)은 29.0%로 0.2%포인트 상승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