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 통해 시행착오 줄여야"
트램은 지상에서 운행하기 때문에 버스만큼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고 전기나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여 오염물질 배출도 적은 편이다. 건설비도 지하철이나 경전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소요되는 1km 당 220억~250억원 안팎이라 국내 지자체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로 산 구두를 신을 때 발뒤꿈치에 며칠 동안 밴드를 붙이고 다니듯이 새로운 교통수단이 도입될 때는 안정화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해외 트램들은 100년 넘게 시민의 대중교통으로써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는 55년 만에 새롭게 도입하기 때문에 해외사례를 밑거름 삼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해외트램 사고분석을 근거로 국내 트램 도입 시 고려해야 할 트램사고 특성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첫째, 트램은 개통 후 5년 간 사고율이 높다. 프랑스에서 신규 트램을 도입한 지역의 사고 추세를 분석해 보니 개통 후 5년 간 사고율(0.59건/1만km)이 높다가 5년이 지난 시점(0.30건/1만km)부터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안정화되는 특성을 보였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설치했을 때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둘째, 트램운전자의 부주의 운전으로 버스 및 화물차와 충돌할 경우 대형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트램 사고로 언론에 대서특필 된 사고를 중심으로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트램운전자의 졸음이나 주시태만에 의한 사고이고, 나머지 하나는 버스 화물차가 트램을 충돌하는 사고다.
셋째, 트램정류장 부근과 교차로에서 사고가 잦다. 트램정류장 부근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뛰는 보행자로 인한 사고가 많고 교차로에서는 불법 유턴, 좌회전 차량과의 사고가 다수인데 대부분(67%) 승용차와 관련된 사고이다.
그러나 트램은 매우 안전한 대중교통 수단이라 말할 수 있다. 프랑스 대중교통기술국(STRMTG, 2016년)에 따르면 트램의 사고율은 1만km당 0.39건이고 버스는 0.72건으로 거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100년이 넘는 운용 기간 동안 축적된 해외의 트램 안전대책 중에 우리가 꼭 벤치마킹 해야 할 부분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트램노선 주변의 안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트램노선이 결정되면 기존의 교통체계에서 트램과 큰 상충이 발생할 만한 환경을 사전에 정비하여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버스, 화물차 등 대형차 노선과 상충 최소화,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안전펜스 설치 및 트램-보행자 신호 연동 시스템 구축 등 정류장 Safety zone 도입, 트램과 승용차의 상충을 줄이기 위한 교차로에서 차량 좌회전 및 유턴신호 최소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둘째, 국가 차원에서 트램 교통사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 트램 사업이 각 지자체 단위로 도입·운영될 경우, 교통사고 통계 수집 및 사례 분석을 통한 유사사고를 방지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프랑스 사례와 같이 표준 양식을 통해 국가 차원의 교통사고 DB 수집체계를 갖춰야 한다. 사고통계를 수집·분석해 연차보고서를 발간하고 향후 유사사고를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트램사고 발생 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트램이 제3자를 가해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트램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제3자 특히 승용차가 트램을 가해하여 사고가 발생, 트램이 전복되는 등의 대형사고 발생하는 경우 등에 대한 보상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자동차보험에 트램사고 관련 특약을 만들거나, 대형사고에 대비해 트램 운영사에서 예비비를 마련해 두었다가 활용하는 등의 해외 사례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새롭게 부활하는 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해법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빠른 시일 내에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수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