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 자치구청장들이 내년부터 구에서 지원하는 출산 장려금을 첫째 20만원, 둘째 40만원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치구별 출산 장려금 격차로 인해 일어나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기초자치단체장들이 합심해 현금성 복지 사업인 출산 장려금의 기준선을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산 장려금 지원 규모를 놓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포퓰리즘 경쟁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출산 장려금 기준선 마련

19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은 구가 지원하는 출산 장려금의 기준선을 마련하기로 뜻을 모았다. 내년부터 모든 자치구가 동일하게 첫째 출산 시 20만원, 둘째를 낳으면 4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셋째 자녀 이후부터는 자치구마다 자체적으로 장려금을 결정하기로 했다.

기준선보다 출산 장려금이 낮은 자치구는 내년까지 조례를 고쳐 지원 금액을 높일 예정이다. 기준선보다 많은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는 자치구는 현금 지원은 기준선에 맞추고, 나머지는 현물 지원으로 전환키로 했다.

그간 서울에서는 출산 장려금 지원 규모를 놓고 자치구 사이에 눈치 싸움이 심했다. 지난달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의 출산 장려금은 첫째 자녀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50만원, 둘째 자녀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으로 편차가 큰 편이다. 다섯째 자녀를 낳는 경우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으로 출산 장려금 격차가 450만원까지 벌어진다. 자치구별로 출산 장려금 격차가 크다보니 "옆 동네에 비해 우리 동네 지원금이 적다"는 민원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번 합의로 현금 지원의 기준선을 정해지면 이 같은 논란이 불식될 것으로 자치구들은 기대하고 있다. 기준선 이상의 자치구별 자율적인 현물 지원은 허용해 지방자치의 취지도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자체간 포퓰리즘 경쟁에 선 그어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의 출산 장려금 기준선 합의는 최근 들어 점차 심해지고 있는 지자체간 포퓰리즘 경쟁에 선을 그었다는 의미도 있다. 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지르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자 전국 지자체들은 앞다퉈 출산 장려금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경남 창원시 신혼부부에게 낮은 금리로 최대 1억원을 대출해주고 자녀를 낳을 때마다 원리금을 깎아주는 '결혼드림론'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결혼 후 3년 내 자녀를 한 명 낳으면 이자 면제, 10년 내 두 명을 낳으면 대출금의 30%, 셋째를 낳으면 대출금 전액을 탕감해주는 식이다. 충북 제천시도 올해부터 아이 셋을 낳는 가정에 최대 5150만원의 주택 자금을 지원한다.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서울과 부산에서도 예비후보들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경쟁이 뜨겁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은 결혼하면 4500만원, 아이를 낳으면 4500만원 등 서울에서 독립 후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총 1억17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후보는 저출산 대책 예산을 1조원으로 확대해 첫째 출산 시 300만원, 둘째부터는 600만원의 출산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자치구 복지대타협 특별위원회 TF 단장을 맡아 이번 협의를 이끈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강남에 산다고 지원금을 많이 받고, 강북에 산다고 적게 받으면 당연히 시민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원금 기준선을 정하면 이 같은 불만도 사라지고, 지자체간 불필요한 경쟁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출산 장려금 기준선 제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구청장은 "세금을 많이 낸 구민들에게 그에 따른 혜택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현금 지원을 굳이 획일화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종관/노경목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