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왼쪽)가 지난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운데)와 단일화를 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왼쪽)가 지난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운데)와 단일화를 위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을 거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많은 국민이 기대했습니다. 지금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문재인 정부는 완전히 실패한 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선적이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합니다. 국정 하다보면 실패한 정책도 있을 수 있지만 정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뒤집고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고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고 지속적으로 적을 만들어 냅니다. 안되면 검찰탓 언론탓 등을 합니다. 이 정부에서 백성 노릇하기 정말 힘듭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금태섭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지킨 약속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 뿐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금태섭 후보는 18일 처음으로 토론 맞대결을 벌였다.

두 후보는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금태섭 후보는 "청문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명절때 고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식비가 안든다고 한다. 자사고 특목고 반대하는데 아이는 외고를 갔다. 왜 갔냐니까 아이가 영어를 잘했고 외고 간줄 몰랐다고 한다"면서 "대통령이 도덕성이 문제인 사람을 임명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도덕성과 정의감이 멍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타락하고 부패해야 출세 할 수 있는 정부"

안철수 후보는 "문제인 정부에서는 부패하고 타락해야 출세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면서 "5대 인사기준, 7대 인사기준 기억하느냐. 이정도 도덕적인 기준 갖추지 않으면 추천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요즘 취임하는 장관들 보라. 기준에 못미치는 장관 너무나 많다. 국회 동의 얻지 않고 임명한 장관이 전임 정권의 몇배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무능하며 정직하기라도 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앞으로는 착한척 하면서 실제로는 온갖 나쁜 짓하는게 이정부 핵심 인사들의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안철수와 단일화 토론하는 금태섭 (사진=연합뉴스)
안철수와 단일화 토론하는 금태섭 (사진=연합뉴스)
진행자가 "'제3지대' 단일화 후보로 국민의힘과 어떻게 맞설 것이냐"는 질문에 금태섭 후보는 "국민의힘이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중요한 의미는 독주하는 정권에 대한 견제다"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는 "통합선대위를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범야권 많은 인재들이 함께 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가 가장 큰 문제" 지적

금태섭 후보는 부동산 관련 집값 폭등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국민들의 주거환경을 낫게 하고 집을 장만하게 하려는게 아니라 투기를 때려잡는데만 초점을 맞췄다"면서 "실수요자들이 집을 마련할 때 대출을 못받게 했다. 현금이 많은 사람들이 대박을 터뜨리는 일이 일어났다"고 일갈했다.

안철수 후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몰이해가 문 정부의 문제다"라며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들이 경제를 쉽게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문정부 사람들은 다주택자 세금 폭탄 때리면 집값 떨어지겠다고 단순한 생각을 한게 문제의 시작이다"라며 "공급도 무시하니 가수요가 폭발해 패닉바잉이 일어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보유세 거래세 모두 올린 예가 별로 없는데 둘다 올렸다. 대출 규제도 문제다"라며 "집을 사야 하는 사람이 자기 돈만 가지고 살 수는 없는데 지불 가능한 능력있는 무주택자까지 대출규제를 한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들이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나오면 또 집값 오르겠구나 생각하게 한 게 큰 요인이다라고 덧붙였다.

금태섭 "소통에 문제" vs 안철수 "여러가지 오해"


안철수 후보는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을 계속 받고 있다"는 금태섭 후보의 발언에 "저는 혼자서 의사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모든 구성원과 소통할 수는 없다. 의사 결정 과정을 언론 보도보다 먼저 알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전화나 대면으로 알린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생기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어려운 제3지대 길을 걷다 보니 그런 일이 많다"고 해명했다.

"퀴어 축제 나갈 생각있나" vs "타인의 인권도 소중"


두 후보는 서울시의 '퀴어(성소수자) 퍼레이드'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금태섭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향해 "제3지대에서 단일화한 후보가 (당선돼) 퀴어 퍼레이드에 서울시장으로서 나가는 것은 작지만 중요한 변화"라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퀴어 축제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안철수 후보는 "차별에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 개인들의 인권은 존중돼야 마땅하다"면서도 "그런데 또 자기의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도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안철수 후보는 "퀴어 축제를 광화문에서 하게 되면, 거긴 자원해서 보려고 오는 분도 계시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분들도 계시잖나"라며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태섭 후보는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 vs 금' 1차 토론에 평가 엇갈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두 후보의 토론 이후 "안철수, 금태섭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말한 서울시는 말 잘하는 해설사보다 일 잘하는 해결사가 필요하다는 말은 기막힌 레토릭이었다"고 호평했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대선 때 토론하는 것 보고 ‘안초딩’이라고 놀렸던 것 정중히 사과드린다"면서 "결단력도 돋보이고 압축된 언어 사용능력은 대단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 '이철희의 정치쇼'에서 "안철수 예비후보가 잘했다고 본다"면서 "과거의 대선 토론에 비하면 안정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철수 후보는 TV 토론하지 마라"고 혹평했다.

안철수-금태섭 후보는 한 차례 더 토론회를 거친 뒤 여론조사를 통해 3월 1일 승자를 가린다. 이후 4일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면 최종 단일화를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