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부작용 우려…시설은 "강제 아니라지만 구상권 걱정"
1순위 접종군 백신 접종자 명단 오늘 확정
코로나19 백신 접종 D-7…요양병원·시설 현장은 여전히 혼란
오는 26일 이뤄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첫 접종이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1순위 접종군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첫 접종이다 보니 요양시설 입소자 사이에서는 백신 부작용을 걱정하는 우려가 가지지 않는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백신 접종이 강제가 아니라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종사자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해한다.

일부 요양시설은 백신 접종에 필요한 물품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D-7…요양병원·시설 현장은 여전히 혼란
◇ "정말 안전한가요"…부작용 우려에 접종 꺼리기도
19일 전국 요양병원·시설 등에 따르면 국내 백신 접종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환자와 입소자들 사이에서는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부산 한 요양병원은 종사자를 대상으로 자체 백신 접종 수요 조사를 한 결과 접종하겠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일부 환자나 보호자들 역시 해당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의 경우 추가 임상 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을 보류한 지난 15일 정부 발표 이후 지속되고 있다.

인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한 환자(63)는 "65세 이상에게 접종이 보류된 백신이 60대 초반 환자에게는 안전하다고 100%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접종을 미루자니 불안하고 접종을 하자니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선 현장에서는 요양병원 환자와 요양시설 입소자 대부분이 65세 이상이기 때문에 당국이 이들에 대한 접종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줘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근창(58) 경북 남구미요양병원장도 "화이자·모더나 등 초저온 냉동시설이 있어야 하는 백신은 어차피 대부분 요양병원에서는 취급이 어렵다"며 "결국 실온에서도 보관이 가능한 AZ 백신 접종을 진행해야 하는데 65세 이상을 대상에서 보류하니 직원들만 주사를 맞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원장은 "병원 환자의 99%가 65세 이상인데 환자 대부분은 병원 밖으로 이동이 힘들어 다른 예방접종센터에서는 접종이 어렵다"며 "실질적으로 요양시설에 있는 65세 이상의 경우 AZ 백신 접종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에 접종 가능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덕분에 백신을 미리 맞게 돼 다행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대전의 한 요양병원 간호사는 "초반에는 '우리가 마루타냐'고 우스갯소리를 한 직원도 있지만 일부 보도처럼 접종을 거부하거나 사직서를 내겠다는 반응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치료제가 완전하지 않아 무서운 건데 환자들의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안 맞는 것보다는 빨리 맞는 게 낫다는 분위기"라며 "나 역시 자녀를 키우고 부작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환자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고 선서한 만큼 먼저 주사를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D-7…요양병원·시설 현장은 여전히 혼란
◇ 요양시설, 물품 확보 비상…구상권 청구 가능성도 부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일선 현장에서는 백신 접종에 필요한 물품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냉장 보관이 필수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담아둘 냉장고가 병원마다 필요하고 온도계도 개당 30만∼5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발생했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24시간 확인, 감지할 수 있는 온도계를 의무적으로 구비해야 한다"며 "이미 코로나19로 방역에 상당한 비용을 들였는데, 백신을 위해 추가로 구매하는 것은 의료기관에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요양병원 관계자 역시 "구매한 온도계는 45만원이고, 냉장고는 가격이 그 이상인데 병원에서 전부 사라고 한다"며 "기존 냉장고에 보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추가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보건소에 지원 여부를 문의했으나 '알아서 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전남의 한 정신질환 전문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37)도 "백신 보관 냉장고 등 접종 시설을 요양병원 측이 직접 구비하지 않으면 위탁기관에서 제외하는 정부 방침은 접종률을 떨어뜨리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 입장에서는 원내에 시설을 갖춰 환자들을 이동시키지 않고 직접 놓는 게 가장 간편한 방법"이라며 "그러나 시설 비용을 병원이 모두 부담하게 하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정이 좋지 않은 병원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백신 접종이 강제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미접종 환자나 종사자의 확진으로 감염이 확산할 경우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는 점도 현장에서는 걱정거리 중 하나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부작용 때문에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아 100인 이하 소규모 요양병원의 경우 접종을 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접종이 강제는 아니라지만 구상권 청구로 사실상 반강제라는 의견도 있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D-7…요양병원·시설 현장은 여전히 혼란
◇ 백신 접종자 명단 오늘 확정…65세 미만 27만명 우선 접종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이날 요양병원 입원환자와 요양시설 입소자, 종사자 가운데 접종대상자 명단을 확정한다.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보류 방침에 따라 1차 접종 대상은 요양병원·시설 64만8천855명 가운데 65세 미만 27만2천131명(41.9%)으로 줄었다.

접종 대상자 가운데 종사자를 제외한 입원·입소자만 놓고 보면 65세 미만은 64만여명의 6.67%인 4만3천303명에 불과하다.

의사가 근무하는 요양병원에서는 자체 접종을 하고, 요양시설에서는 위탁의료기관 또는 보건소팀 등이 방문 접종을 시행한다.

3월부터는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35만4천명이 해당 기관에서 AZ 백신을 접종받고,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7만8천명은 보건소에서 이 백신을 맞게 된다.

65세 이상은 이르면 4월부터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종구 김선호 김선형 김준호 장아름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