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북쉘프-규칙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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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가 말하는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
규칙 없음 (리드 헤이스팅스 著)
규칙 없음 (리드 헤이스팅스 著)
직원들 모두를 스스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불과 설립 20여 년 만에 전 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휩쓸고 있는 회사가 있다.
“복장 규정이 없다고 해서 회사에 벗고 출근하는 사람은 없다.”
이 회사의 창업자가 평소 즐겨 쓰는 말이다. 이 말대로 그는 직원들을 틀에 박힌 규정으로 통제하지 않는 것, 직원들 모두를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아는 어른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회사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2000년 초, 설립된 지 이제 막 2년이 넘은 신생 기업의 공동 창업자 두 명이 텍사스주 댈러스의 르네상스타워 입구로 들어선다. 30만명의 가입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 100여명 규모의 회사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입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었지만 회사의 앞날엔 먹구름이 가득 끼어있었다.
설립 이후 계속해서 큰 폭의 적자를 봤고 이 흐름이 계속되다간 2000년 한 해에만 5700만 달러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이 두 남자가 텍사스를 찾은 건 자신들의 회사를 경쟁사에 매각하기 위해서였다. 빌딩 27층 대회의실에서 만난 경쟁사 대표는 그들에게 얼마에 회사를 팔려고 하는 지를 물었고, 답을 듣자마자 단칼에 거절한다. 남자들이 부른 값은 5000만달러였다.
이번 한 해에만 5700만달러 적자를 볼 회사를 5000만달러에 사달라니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찾아왔던 두 남자는 쓸쓸히 자리에서 일어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신들의 회사로 돌아가야만 했다.
지금 이 남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돈 한 푼 제대로 벌지도 못하면서 막대한 돈을 집어삼키기만 했던 이 회사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20년이 흐른 지금 남자들이 찾아갔던 회사, 블록버스터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한때 전 세계에 9000여 개의 비디오·DVD 대여점을 거느리며 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인으로 군림했던 회사였지만 2010년에 파산해버렸다.
남자들의 회사는 어떻게 됐을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남자들의 회사가 어딘지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남자들의 회사는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고, 살아남는 걸 너무 이제는 전 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회사가 됐다.
2002년 이 회사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됐을 때의 주가는 1달러였다. 2020년 9월엔 550달러를 넘었다. 18년 사이 주가가 550배 뛰었고, 2000년에 30만 명에 불과했던 가입자 수는 1억 5000만 명(2020년 기준)을 돌파했다.
고객들에게 주문받은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던 회사가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 회사는 넷플릭스, 그리고 블록버스터 본사에서 쓸쓸히 걸어 나와야만 했던 두 남자는 회사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였다.
만약 그날의 만남에서 블록버스터 CEO 존 안티오코가 넷플릭스를 5000만달러에 사버렸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두 공동 창업자가 더 낮은 가격을 불러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를 인수해버렸다면 두 회사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당시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는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를 인수해준다면 자신들의 회사를 블록버스터닷컴으로 바꿔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만약 이 제안대로 됐으면 오늘날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는 왕좌에는 블록버스터가 앉아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넷플릭스가 이뤄낸 성공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요소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지난 20년간 거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제는 스스로가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던 비결은 이 회사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09년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기업 문화를 127장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담아 외부에 공개한다. 10분도 안 돼 다 읽을 수 있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지만 이 문서에는 현재의 넷플릭스를 만들어낸 모든 비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0년간 18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꿈꾸는 기업인, 예비 창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지침서로 자리 잡게 됐다.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가 이 127장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두고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그 어떤 기록보다 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출간된 <규칙 없음>은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직접 오늘날의 넷플릭스를 만들어낸 ‘규칙 없음’의 규칙을 설명하는 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어낸 비결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복장 규정이 없다고 해서 회사에 벗고 출근하는 사람은 없다.”
이 회사의 창업자가 평소 즐겨 쓰는 말이다. 이 말대로 그는 직원들을 틀에 박힌 규정으로 통제하지 않는 것, 직원들 모두를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아는 어른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회사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2000년 초, 설립된 지 이제 막 2년이 넘은 신생 기업의 공동 창업자 두 명이 텍사스주 댈러스의 르네상스타워 입구로 들어선다. 30만명의 가입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 100여명 규모의 회사였다. 입소문이 나면서 가입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었지만 회사의 앞날엔 먹구름이 가득 끼어있었다.
설립 이후 계속해서 큰 폭의 적자를 봤고 이 흐름이 계속되다간 2000년 한 해에만 5700만 달러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이 두 남자가 텍사스를 찾은 건 자신들의 회사를 경쟁사에 매각하기 위해서였다. 빌딩 27층 대회의실에서 만난 경쟁사 대표는 그들에게 얼마에 회사를 팔려고 하는 지를 물었고, 답을 듣자마자 단칼에 거절한다. 남자들이 부른 값은 5000만달러였다.
이번 한 해에만 5700만달러 적자를 볼 회사를 5000만달러에 사달라니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찾아왔던 두 남자는 쓸쓸히 자리에서 일어나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신들의 회사로 돌아가야만 했다.
지금 이 남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돈 한 푼 제대로 벌지도 못하면서 막대한 돈을 집어삼키기만 했던 이 회사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20년이 흐른 지금 남자들이 찾아갔던 회사, 블록버스터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한때 전 세계에 9000여 개의 비디오·DVD 대여점을 거느리며 홈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인으로 군림했던 회사였지만 2010년에 파산해버렸다.
남자들의 회사는 어떻게 됐을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남자들의 회사가 어딘지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남자들의 회사는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고, 살아남는 걸 너무 이제는 전 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회사가 됐다.
2002년 이 회사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됐을 때의 주가는 1달러였다. 2020년 9월엔 550달러를 넘었다. 18년 사이 주가가 550배 뛰었고, 2000년에 30만 명에 불과했던 가입자 수는 1억 5000만 명(2020년 기준)을 돌파했다.
고객들에게 주문받은 DVD를 우편으로 보내주던 회사가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 회사는 넷플릭스, 그리고 블록버스터 본사에서 쓸쓸히 걸어 나와야만 했던 두 남자는 회사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였다.
만약 그날의 만남에서 블록버스터 CEO 존 안티오코가 넷플릭스를 5000만달러에 사버렸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두 공동 창업자가 더 낮은 가격을 불러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를 인수해버렸다면 두 회사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당시 리드 헤이스팅스와 마크 랜돌프는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를 인수해준다면 자신들의 회사를 블록버스터닷컴으로 바꿔 온라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만약 이 제안대로 됐으면 오늘날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는 왕좌에는 블록버스터가 앉아 있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넷플릭스가 이뤄낸 성공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요소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지난 20년간 거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제는 스스로가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던 비결은 이 회사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09년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기업 문화를 127장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담아 외부에 공개한다. 10분도 안 돼 다 읽을 수 있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지만 이 문서에는 현재의 넷플릭스를 만들어낸 모든 비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0년간 18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꿈꾸는 기업인, 예비 창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지침서로 자리 잡게 됐다.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가 이 127장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두고 “실리콘밸리에서 나온 그 어떤 기록보다 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출간된 <규칙 없음>은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직접 오늘날의 넷플릭스를 만들어낸 ‘규칙 없음’의 규칙을 설명하는 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어낸 비결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