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 17일 국회에서 “포장 사전검열과 표시제는 독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며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초유의 포장재 사전검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두고 한 발언이다. 이는 사실일까. 한국경제신문이 법률 전문가와 경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독일 관련법을 들여다본 결과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은 이미 '포장재 사전검열' 하고 있다?
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포장에 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전문기관에서 제품 출시 전 포장 재질과 방법을 검사받고 그 결과를 포장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 개정안 공포 1년 뒤 시행되며 시행 후 2년 안에 기존 판매 제품도 검사받아야 한다. 사전 검사를 받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현행법에선 환경부 장관이 포장 재질, 포장 방법 등의 겉면 표시를 권장할 뿐 강제하진 않고 있다.

한국의 자원재활용법에 해당하는 독일의 법률은 신포장재법이다. 이 법은 포장제품의 사전등록과 포장재질의 사후신고를 규정해 놓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률전문가는 “독일 법은 사전등록을 통해 허가된 포장재만 사용하고 재활용 관련 분담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법은 규제로 해석될 수 있는 사전등록의 대상에 포장재만 들어가 있다. 포장재질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줄지만 본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자율규제로 운영하는 것이 독일 법의 특징이다. 또 제품의 겉면에 포장재질과 사전 검사 결과를 표시해야 하는 의무도 없다. 제재도 과태료만 부과할 뿐 형사처벌은 하지 않는다.

경제 전문가들은 독일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개정안은 과잉 입법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포장을 했을 경우 사후 검사를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현행 제도에서도 사업자들이 의무를 대체로 잘 준수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검사를 하는 전문기관 두 곳 중 한 곳인 한국환경공단이 공개한 2019년 포장검사 실적을 보면 총 검사 건수 3976건 중 80% 이상이 기준에 부합한 포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률은 포장공간 비율이 83%, 횟수가 86%, 재질은 100%다.

경제계에선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은 큰 비용을 감수하고 제도에 제품을 맞출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경제계 인사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