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그늘에 가린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로켓을 재활용하는가 하면 위성 143기를 ‘승차공유’하듯 한 번에 실어 발사하는 모습은 우주를 동경하는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민간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가 대세라지만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 혁신 뒤에는 1950년대부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미국의 오랜 우주 개발 역사가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키워낸 대규모 우주 인력과 기술력이 있었기에 민간기업의 성장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화려함이 모두의 마음을 빼앗은 탓인지 오는 10월 첫 발사를 앞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대한 관심은 10여 년 전 ‘나로호’ 때만 못하다. 올해 발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 해묵은 경제성 시비마저 나온다. 스페이스X가 소형 위성 한 대의 발사비용을 100만달러로 낮춘 마당에 약 2조원의 국비를 들인 사업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스페이스X가 천문학적 비용을 쓴 국가 주도 개발에 힘입어 성장했다는 사실을 잊은 얘기다.

정부 관계자들의 마음도 ‘콩밭’에 있는 듯하다. 우주정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병선 1차관은 지난달 27일 민간기업 이노스페이스의 연소시험장을 찾았다. 누리호 발사 성공의 가장 큰 고비로 여겨졌던 1단부 1차 종합연소시험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우리 미래를 가를 우주산업 저변의 운명보다 ‘눈길 끌기’ 쉬운 민간기업의 혁신에 기댈 궁리부터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도 취임한 지 1년 반이 다 되도록 아직 나로우주센터를 공식 방문하지 않았다.

미국 중국 등 우주 선진국과 우리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화성 착륙에 성공한 미국에 이어 중국도 오는 5~6월 ‘톈원 1호’의 화성 표면 착륙을 앞뒀다. 국내 기업 쎄트렉아이로부터 기술을 배워 인공위성을 개발한 아랍에미리트(UAE)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화성에 궤도선을 보냈다.

항공우주업계에선 “이 정부의 우주정책에 대한 관심이 역대 최악”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2030년 달 착륙선을 보낸다는 한국은 아직 착륙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산·학·연 협력을 통해 핵심 기술 국산화를 지원하는 ‘스페이스파이오니어’ 사업에는 올해 고작 77억원이 투입된다. 갓난아이를 앉혀놓고 날기를 바라는 대신 걷기부터 잘할 수 있도록 관심을 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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