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의 환경·안전규제 입법이 기업들을 질식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9일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사용하는 건축자재 ‘샌드위치패널’을 사실상 퇴출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화재사고가 빈번해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취지지만, 관련 제조업체 300여 곳의 근로자 1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현실은 무시됐다. 불과 며칠 전엔 10만 개 기업의 120만 개 품목에 사용되는 모든 포장재에 대해 사전에 재질과 포장 방법을 검사받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경제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환경·안전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아울러 국내에선 배달문화가 정착되면서 생활폐기물이 넘쳐난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가 됐다. 4인 가족이 배달음식 한 끼만 시켜 먹어도 수십 개의 일회용 쓰레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별로 한 해 매립지에 버릴 수 있는 폐기물량을 제한하는 반입총량제를 지난해 처음으로 시행했으나, 이를 지킨 수도권 지자체는 58곳 중 15곳에 불과했을 정도다.

문제는 현실과 너무 괴리된 ‘책상머리 규제’로 기업 생태계가 붕괴될 지경이라는 점이다. 환경부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한 ‘포장재질 및 방법의 사전 검사 의무화’만 하더라도 세계 유일한 규제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독일의 예가 있다”고 했지만, 포장재를 사전에 등록하도록 하고 검사는 강제하지 않은 독일에 비해 한국의 규제 강도가 훨씬 세다.

내달 국회에 상정될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마찬가지다. 이 법안은 정부가 ‘탈(脫)석탄’을 이유로 민간발전사의 사업권을 강제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2018년에 공사가 시작된 포스코에너지의 삼척화력발전소에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만 2조7000억원에 달한다. 규제 강화로 인한 매몰비용과 생산·설비투자비용, 일자리 감소, 신제품 출시 지연 같은 직간접 피해를 충분히 검토한 것인지 의문이다.

환경 보호와 사업장 안전도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강압적 규제가 아니라 참여 기업들에 인센티브와 시간을 주는 ‘너지(nudge)식 정책’이 먼저 고려돼야 마땅하다. ‘환경 원리주의’에 매몰돼 규제와 징벌 일변도로 나가선 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마저 사라지게 할 뿐이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