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최대집 "의사면허 취소법 의결시 백신 접종 의정 협력 무너질것" [사진=연합뉴스]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가 이른바 '의사면허 취소 확대법'을 두고 충돌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받는 범죄를 의료법 위반에서 일반 강력범죄로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의협이 '의사 죽이기 악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서다.

특히 의협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 코로나19 대응 비협조를 언급하자 정부 여당이 '국민 건강을 인질로 삼는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하는 등 지난해 의대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문제로 거세게 부딪쳤던 양측의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주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만큼 만약 의정 갈등 속에 백신 접종이 초반부터 흔들릴 경우 9월까지 국민 70%를 대상으로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의협 "의사들 희생한 댓가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의료인 보호 촉구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2021.2.17 [사진=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의료인 보호 촉구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2021.2.17 [사진=연합뉴스]
의사 죽이기 악법"

최대집 의협 회장을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은 전날(20일) 성명서를 내고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 지원 등 국난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경고했다.

최대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는 "2020년 8월 투쟁에 대한 보복입법으로 시작된 의사죽이기 악법"이라며 "코로나19 치료, 예방접종, 아무 조건없이 오직 국민을 위해 정부에 협력, 지원한 댓가가 정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사 죽이기 보복악법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 최대집은 국회 앞에 제 피를 뿌려서라도 끝까지 저항 투쟁하겠다. 무슨 결과를 가져오든 책임은 온전히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라며 "법안의 진행 추이를 보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 13만 의사 면허반납 투쟁, 전국의사총파업, 코로나19 백신접종 대정부 협력 전면 잠정 중단 등 투쟁 방식을 두고 신속하게 논의를 전개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개정안은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발부받은 경우에도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규정을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다만 의사의 업무적 특수성을 반영해 의료행위 중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더라도 면허 취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는 성범죄를 비롯해 강력 범죄로 처벌받은 의사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의사 면허는 그대로 유지돼 의료 활동을 이어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지적과 비판이 잇따른 데 대한 대책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면허 취소 대상 범죄는 낙태와 의료비 부당 청구, 면허증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등 의료법 위반에만 한정돼있기 때문에 살인, 강도, 성폭행으로 처벌받아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또 의사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됐다고 하더라도 다른 병원에 재취업할 경우에 환자는 관련 정보를 알기 어렵다.

정세균 총리, 의협 집단행동 예고 발언 강력 비판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일단 의료계를 대상으로 법 개정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소통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늘(21일) 오전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번 개정안에 대해 "다수의 의료인을 중범죄를 저지르는 극소수의 의료인으로부터 보호하고, 국민의 안전 문제(를 위한)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의료계에 정확하게 (개정 내용 등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권덕철 장관은 또 이날 의정공동위원회에서도 "정부는 11월 말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로 차질 없이 백신 접종을 진행하겠다"며 "의료계 대표인 의협과 병협(대한병원협회), 간협(대한간호협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의협의 집단행동 예고성 발언을 강력히 비판했다. 정새균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성공적인 백신 접종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며칠 전 의협이 국회의 의료법 개정 논의에 반발해 총파업 가능성까지 표명하며 많은 국민을 우려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통사고만 내도 의사면허가 무조건 취소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특정 직역의 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 만약 이를 빌미로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현실화하면 정부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정은 이날 공동위원회에서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함께했지만 구체적인 협력 방안과 관련해선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의료계에서 제기한 건의 사항은 질병관리청 등 주무 부처를 중심으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백신 접종 참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짜뉴스 등에 대해선 의료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대응키로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