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철수한다는 씨티은행, 등 돌릴 만도 합니다" [정소람의 뱅크앤뱅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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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이 철수한다고요? 요즘 같아선 그럴 만도 하죠."
지난 20일 블룸버그통신 발 기사에 은행권은 술렁였다. 국내에 진출한 대표적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이 국내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향후 인수자 후보가 어디가 될지 미리 점치는 목소리까지 흘러 나왔다.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블룸버그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씨티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매 금융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많은 대안을 고려하고 장기간 충분히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보도 외에 본사로부터 특별히 계획을 전달받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철수설에 휘말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과 2017년에도 한국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씨티은행이 단계적으로 점포를 통폐합해왔기 때문이다. 2016년 133개였던 국내 점포는 올해 기준 39개까지 줄었다.
그럼에도 이번 철수설에는 유독 다른 은행들도 촉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느 때 보다 보다 열악해진 탓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유례 없는 저금리 기조와 급격한 금융의 비대면화로 은행의 설 자리가 줄어든 게 첫번째 이유다. 한국씨티은행도 점포를 줄이고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중심의 영업 구조로 재편했지만 수익성을 더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161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8%나 줄었다.
선진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과도한 '관치 금융'도 글로벌 금융사들이 등을 돌릴 만한 이유라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과 정치권은 서민 지원을 위해 은행권을 잇따라 동원해 왔다. 이차보전 대출과 원금·이자 유예,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씨티은행은 국내 은행들에 비해 이같은 정책 활동에 참여율이 낮은 편이었다. 이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직접 질타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익 공유제·배당 축소 등 은행권을 향한 잇단 압박도 부담이 될만한 요소다. 한국씨티은행은 매년 순이익의 대부분을 미국 본사로 배당 형태로 보내 왔다. 국내 금융지주와 같은 상장사는 아니지만, 올해 배당에 대해서는 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한 국내 은행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도 순이익의 대부분을 국내로 가져오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는 유독 '국부 유출'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바라보는 만큼 올해도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글로벌 금융사가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사업 지속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내 은행 산업은 불투명한 미래 뿐 아니라 '관치'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도 싸우고 있다. 배당도, 영업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 증시 황금기에도 국내 은행주만 소외된 지 오래다.
만약 한국씨티은행이 철수한다면 '남의 나라' 은행 얘기만으로 남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사도 손 뗀 나라'가 될지 모른다. 이런 환경에서 ‘금융 허브’를 꿈꿀 수 있을까. "요즘 같아서는 한국에서 철수한다 해도 이해가 간다"는 은행권 얘기를 무작정 흘려 들어서는 안될 것 같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지난 20일 블룸버그통신 발 기사에 은행권은 술렁였다. 국내에 진출한 대표적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이 국내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향후 인수자 후보가 어디가 될지 미리 점치는 목소리까지 흘러 나왔다.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블룸버그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씨티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매 금융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많은 대안을 고려하고 장기간 충분히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보도 외에 본사로부터 특별히 계획을 전달받은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철수설에 휘말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과 2017년에도 한국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씨티은행이 단계적으로 점포를 통폐합해왔기 때문이다. 2016년 133개였던 국내 점포는 올해 기준 39개까지 줄었다.
그럼에도 이번 철수설에는 유독 다른 은행들도 촉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이 어느 때 보다 보다 열악해진 탓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유례 없는 저금리 기조와 급격한 금융의 비대면화로 은행의 설 자리가 줄어든 게 첫번째 이유다. 한국씨티은행도 점포를 줄이고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중심의 영업 구조로 재편했지만 수익성을 더 끌어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161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8%나 줄었다.
선진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과도한 '관치 금융'도 글로벌 금융사들이 등을 돌릴 만한 이유라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과 정치권은 서민 지원을 위해 은행권을 잇따라 동원해 왔다. 이차보전 대출과 원금·이자 유예,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씨티은행은 국내 은행들에 비해 이같은 정책 활동에 참여율이 낮은 편이었다. 이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직접 질타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익 공유제·배당 축소 등 은행권을 향한 잇단 압박도 부담이 될만한 요소다. 한국씨티은행은 매년 순이익의 대부분을 미국 본사로 배당 형태로 보내 왔다. 국내 금융지주와 같은 상장사는 아니지만, 올해 배당에 대해서는 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한 국내 은행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도 순이익의 대부분을 국내로 가져오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에 대해서는 유독 '국부 유출'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바라보는 만큼 올해도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글로벌 금융사가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사업 지속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내 은행 산업은 불투명한 미래 뿐 아니라 '관치'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도 싸우고 있다. 배당도, 영업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 증시 황금기에도 국내 은행주만 소외된 지 오래다.
만약 한국씨티은행이 철수한다면 '남의 나라' 은행 얘기만으로 남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사도 손 뗀 나라'가 될지 모른다. 이런 환경에서 ‘금융 허브’를 꿈꿀 수 있을까. "요즘 같아서는 한국에서 철수한다 해도 이해가 간다"는 은행권 얘기를 무작정 흘려 들어서는 안될 것 같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