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발달에 '프라이밍 효과' 더해져 연쇄적 폭로
연예계 학폭 의혹 동시다발…학습효과 기대 마녀사냥은 우려
방송팀 = 스포츠계에서 시작된 학교폭력(학폭) 의혹 제기가 연예계로 번지면서 발생 빈도와 파급력에도 더욱 불이 붙었다.

앞서 학폭이 사실로 확인된 인물들은 '사회적 제명'이 되면서 학습효과가 생겨났고,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폭로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다.

그러나 피해를 주장한 글 중에는 허위도 있을 수 있는데, 연예인의 경우 한번 가해자로 낙인이 찍히면 이미지를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마녀사냥'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는 않다.

배구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이 스포츠계를 휩쓸고 지나간 뒤 최근 연예계에서 배우 조병규, 김동희, 박혜수 걸그룹 (여자)아이들 수진, 가수 진해성 등이 연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조병규와 수진은 여러 차례 학폭 의혹을 부인했음에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관련 논란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가수 진달래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학폭 피해 주장 글을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 밖에도 네이트판 등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배우나 가수의 실명 또는 이니셜을 거론하면서 학폭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글이 최근 급증해 2018년 '미투'를 연상케 할 정도다.

이 중에는 피해를 본 시간과 장소, 상황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글도 있지만 '그랬다더라' 류의 한두 줄짜리 의혹 제기도 있다.

이처럼 연예인 학폭 폭로가 연달아 제기되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역시 SNS 사용의 보편화가 꼽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2일 통화에서 "SNS 사회가 돼서 피해를 쉽게 털어놓을 수 있고, 하루 만에 공론화가 될 정도로 빠르게 확산한다"며 "체육인이든 연예인이든 인터넷에 이름만 쳐도 정보가 다 나오는 사회가 돼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고통이 더 상기되고, 동시에 가해를 폭로하기도 쉬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폭 피해를 어렵게 잊은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의 폭로 글을 보고 과거가 떠오를 수 있다.

남이 쓴 글을 보고 다시 기억이 생생해지는, '프라이밍 효과'의 일종"이라고 최근 상황을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과거 미투 운동이 하나의 계기로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 나왔듯 최근 학폭 의혹 제기도 비슷하다.

또 학폭 자체가 유명인이 아니면 잘 드러나지 않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예전 가해자가 주목받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더 많이 나온다"며 "SNS 등 소통 창구가 발달한 것도 큰 영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태가 '학습효과'를 일으켜 학폭을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불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곽 교수는 "과거의 일도 단호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평론가도 "과거 잘못은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학습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의혹 제기만으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는 건 우려가 된다.

물론 잘못된 폭로 역시 또 다른 학습효과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