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강세장에…큰손 수익률 '짭짤'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 등 국내 주요 ‘큰손’이 지난해 10% 안팎의 투자 수익률을 올렸다. 작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급락할 때 주식투자 비중을 확 늘려 저평가된 주식을 ‘줍줍’한 결과다. 대부분 기관이 국내 주식에서 30% 중반대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9%대 후반을 기록했다. 수익금으로 벌어들인 돈만 7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2019년에도 11.3%의 수익을 거뒀다. 국민연금이 2년 연속 10% 안팎 수익률을 올린 것은 2009~2010년(2년 연속 연 10.4%)에 이어 두 번째다. 적립금과 수익금을 합쳐 국민연금의 자산은 작년 한 해 100조원가량 불어나 연말 기준 83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서 30% 중반대, 해외 주식에서 10%대 수익률을 거두는 등 주식 분야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4%에 달한다.

총 35조원의 투자 자산을 운용하는 교직원공제회도 지난해 10% 수준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9년 수익률(6.9%)에 비해 약 3%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주식에서 39.7%, 해외 주식에서 19.0% 수익률을 올리는 등 주식부문 수익률(32.7%)이 2019년(14.6%)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점이 실적을 견인했다. 교직원공제회의 작년 수익률은 2009년 후 최고치였다. 특히 대체투자 자산 비중을 56% 수준으로 유지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두 자릿수 수익률까지 달성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토마브라보에 투자해 1년 반 만에 네 배의 수익을 내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조원가량의 운용 자산을 보유한 사학연금도 지난해 11.49%의 수익률을 올리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주식에서 34.43%가량의 수익률을, 해외 주식에서 13.89%의 수익률을 올렸다. 사학연금은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이 42.73%로 가장 높고 채권(34.67%), 대체투자(20.65%) 순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도 10.5%의 금융자산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 기관 투자담당자들은 “올해 수익률은 작년만큼 좋게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대형 연기금 관계자는 “작년에는 시장이 급락했다가 급반등했기 때문에 기관들이 흐름을 타고 수익을 내기가 쉬웠지만 올해 그런 기회가 또 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주식 외 국내외 우량 대체투자 자산을 통해 수익률을 잘 방어하는 게 올해 기관의 투자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각 기관은 대체투자 비중과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36% 수준인 해외투자 비중을 2024년까지 50~55%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장기간 10% 초반대에 머물고 있는 대체투자 비중도 15%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차준호/황정환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