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2일(현지시간) 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동안 증시 상승의 배경이 됐던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금리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국채시장 벤치마크(기준물)인 10년 만기 금리는 이날 연 1.37%에 마감했다. 장중엔 연 1.39%까지 올랐다. 올해 초(연 0.91%) 대비 46bp(1bp=0.01%포인트) 뛰었다. 미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연 2.18%로 작년 1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 여파로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2.46% 급락했다. 테슬라(-8.55%) 애플(-2.98%) 아마존(-2.13%) 마이크로소프트(-2.68%) 등 저금리 수혜주로 꼽히던 대형 기술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월가에선 미 국채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 투자전략사인 알파북의 마틴 멀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는 쉽게 넘을 것”이라며 “올해 중반 연 3%를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 국채 금리 급등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진 데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집권 민주당이 ‘돈 풀기’에 속도를 내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이날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1조9000억달러 규모의 ‘슈퍼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채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 기대를 반영한다”면서도 “가계와 기업의 조달비용 부담을 늘리고 주식 대비 다른 자산(채권)의 매력을 높인다”며 “일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모델에 덜 우호적일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애초 예상(2024년)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3일 연 1.02%로 작년 4월 28일(연 1.033%) 후 가장 높았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전날 연 1.92%로 201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김익환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