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특단의 각성'이 필요한 일자리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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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최저임금 도입한 미국
"남부 기업과 흑인 견제"가 속내
역효과 논란 일자 13년째 동결
특정 이념·지지세력 포획 벗어나
문제 본질 바로 보고 대책 내놔야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남부 기업과 흑인 견제"가 속내
역효과 논란 일자 13년째 동결
특정 이념·지지세력 포획 벗어나
문제 본질 바로 보고 대책 내놔야
이학영 상임논설고문
![[이학영 칼럼] '특단의 각성'이 필요한 일자리 대책](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07.21333375.1.jpg)
1930년대 후반은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넘쳐나던 때였다. 최저임금제 시행으로 임금이 크게 오르자 배운 게 많지 않은 흑인들이 일자리에서 내쫓겼다. 당시 미국 노동조합은 백인들만의 조직이었다. 남부의 흑인 노동자들은 호소할 곳 없이 ‘최저임금 날벼락’을 맞아야 했다. ‘진보정치의 상징’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민주당)이 북부 매사추세츠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으로 있던 1957년 “남부의 싸구려 노동력이 뉴잉글랜드(북부) 산업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다”며 추가 인상을 주장했을 정도로 최저임금제도는 철저히 지역적·인종적·정치적 셈법의 산물이었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출신 조 맨친 상원의원(민주당)은 “최저임금을 11달러 이상으로 올리면 우리 주 경제가 봉변을 당한다”고 했고, 애리조나주 출신 커스턴 시네마 상원의원(민주당)도 “지금 경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말이 안 된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의회예산국이 이들의 반대론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최저임금을 15달러로 높이면 14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사실 ‘최저임금 15달러’는 바이든이 아니라 극좌파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의 아젠다였다.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샌더스 진영의 지지를 받아내는 조건으로 공약집에 포함시킨 바이든에게 반대 여론은 공약을 후퇴시킬 구실이 돼주고 있다. 백악관에서 “상황이 곤란해졌다”는 얘기를 흘리는 배경이다.
아무리 중요한 공약이라도 치열한 검증을 통해 걸러나가는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부럽다. ‘일자리 정부’를 자칭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자리 대참사’가 무리한 선거 공약을 강행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터여서 더욱 그렇다.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과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도, 비정규직의 일률적인 정규직 전환이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가하고 있는지는 이 분야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데서 확인된다. 지난달 국내 일자리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100만 명 가까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 사태 탓만이 아니다. 벤처·중견기업의 37%가 “규제 때문에 고용 축소를 검토 중”이며 네 곳 중 한 곳은 “사업장 해외 이전을 생각 중”이라는 최근의 조사 결과가 일자리 위기의 근본원인을 일깨운다.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