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주도, 미접종자 인적 사항·연락처 관계기관 제공 입법 진행
사생활 침해·개인정보 유출 논란…"총리 큰일 저지를 사람" 우려도
접종 정체 이스라엘, '미접종자 블랙리스트' 추진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 50% 달성을 앞둔 이스라엘이 미접종자 명단을 작성해 접종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하레츠에 따르면 이스라엘 의회는 전날 백신 미접종자의 개인정보를 관계기관에 공개하는 내용의 특별 법안을 소위원회에서 처리했다.

백신 미접종자의 인적 사항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관계기관에 제공할 권한을 보건부에 부여하는 게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법안이 상임위원회와 의원총회를 통과하면 보건부는 3개월간 접종을 관장하는 4대 의료관리기구(HMO)에 미접종자 및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의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또 보건부는 이 정보를 토대로 미접종자 리스트를 작성해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부에 제공할 수 있다.

사실상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미접종자를 압박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입법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했다.
접종 정체 이스라엘, '미접종자 블랙리스트' 추진 논란
앞서 그는 지난 14일 각료회의에서 관련 입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내각과 입법 관련 장관 회의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공개를 미접종자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한 현지 매체는 '네타냐후 총리가 백신 미접종자에게 새로운 적(enemy)이라는 꼬리표를 단다'는 내용의 비판 기사를 싣기도 했다.

공공 보건을 위해 접종을 독려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백신 접종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거나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까지 압박하려는 총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보도의 취지다.

네타냐후 총리를 '큰일을 저지를 사람'(Bull In a China Shop)에 빗대기도 했다.

이미 이스라엘에서는 정부가 화이자 백신 확보를 위해 실시간 접종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19일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에서는 지금까지 전체 인구(930만 명) 가운데 48%에 육박하는 443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2회 접종을 마친 인원도 305만 명으로 인구 대비 비중이 33%에 육박하고 있지만, 최근 자발적인 접종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다음 달까지 전체 인구 절반에 대한 2회 접종 완료를 목표로 삼는 이스라엘은 최근 상업시설 등과 연계한 다양한 접종 독려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접종 정체 이스라엘, '미접종자 블랙리스트' 추진 논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