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보다 개별 계약이 우선'... 대법 판결과는 반대 결론
경총은 울산지법 판결에 의미 부여... 법원 판례 변경 기대
노동법 전문가, "지법 판결은 미흡한 소송 대응 탓"
하지만 경총의 이 같은 해석에 대해 노동법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했다. 대형 법무법인 소속의 한 변호사는 “울산지법 판결은 소송 대응이 미흡한 나머지 근로자 측이 패소한 사건으로 보인다”며 “대법원 법리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1980년 입사한 후 2016년 정년퇴직한 근로자 A씨는 공단을 상대로 “임금피크제로 줄어든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될 당시 관리직(1급)으로 A씨는 노조 가입 대상이 아닌 비조합원이었다. 공단은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근로자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2015년 9월 합의했다. 그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임금피크제 운영지침을 마련했다.
A씨는 퇴직 후 자신은 비조합원이어서 노조와 합의를 거쳐 도입된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는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울산지법은 공단 측 손을 들어줬다.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장래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 그 집단도 동의의 주체가 된다”는 2009년 대법원 판례를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울산지법 판결 내용은 지난 2019년 11월의 문경레저타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는 상당히 다른 판결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총 분석이다. 김기덕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가 맡았던 문경레저타운 사건에서 대법원은 노조 동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개별 근로계약이 더 유리하다면 유리한 조건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울산지법 판결문을 분석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은 “근로자 측 소송대리인이 2019년 대법원 판례 법리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만약 소송 과정에서 해당 법리를 주장했다면 판결문에 그에 대한 판단 부분이 나올 텐데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상급심에 가면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른 변호사는 “여전히 2019년 대법원 판례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며 “울산지법 판결을 놓고 과도한 의미 부여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