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한 때 13%까지 폭락하면서 공포를 자아냈습니다. 주당 619달러까지 떨어져 지난해 S&P 500 지수에 편입됐던 작년 12월 21일 주가(649.86달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모더나도 10% 넘게 내렸고, 대장주 애플도 6% 가까이 추락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조금씩 정신을 차린 건 오전 10시를 앞두고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상원 증언에서의 기조발언 내용이 나오면서부터 였습니다.
사실 파월 의장의 기조발언, 그리고 오후까지 온라인으로 이어진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새로운 내용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는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기존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략 세 가지 내용으로 간추릴 수 있습니다.
① 금리 상승에 큰 의미 두지 않는다
파월은 최근 금리 상승세와 관련해 "시장이 뭘 보고 있는 지 살펴보면 백신 접종을 통한 경제 재개, 재정 부양책, 통화 정책, 쌓여있는 민간 저축액, 훨씬 더 높은 기업 수익에 대한 기대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금리 상승은 인플레 기대 때문이 아니라 경기 회복과 같은 '좋은 이유'에 기인했다는 겁니다.
그는 그러면서 "Fed는 채권 금리 외에 다양한 금융시장 범주를 본다"고 말했습니다. 금리 상승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겁니다.
② 인플레 문제 안될 것
파월 의장은 "물가는 지난해 봄의 대폭 하락한 뒤 작년 나머지 기간 동안 부분적으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전염병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부문에서는 둔화된 상태"라며 "전체적으로 12개월 기준으로 인플레이션은 우리의 장기 목표인 2 %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향후 물가에 대해서도 "경제 재개에 따른 물가 압력은 지속적이고 크지는 않을 것이다. 물가가 문제가 될 정도로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부쩍 커진 인플레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린 겁니다. ③ 채권 매입은 상당 기간 지속
파월 의장은 "경제는 우리의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며 "실질적 추가 진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금리와 대규모 자산 매입으로 경제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달성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현재의 채권 매입을 상당 기간 지속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만 해도 금리 상승세는 느려질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금리와 물가 상승세, 그리고 언제 있을 지 모를 테이퍼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조금 완화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파월의 발언 이후 연 1.381%에서 1.357%로 떨어졌습니다. 이후에도 1.35~1.36% 안팎을 지켰습니다. 2년물과 30년물 금리는 조금 올랐지만 소폭에 불과했습니다. 금리가 안정되자 시간이 흐를수록 주식 매수세가 살아났습니다. 다우와 S&P 500 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서 각각 0.05%, 0.13% 오른 채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5% 하락하면서 선방했습니다. 한 때 3.9%까지 급락했던 걸 감안하면 극적인 반등이었습니다. 테슬라도 2.19% 하락으로 마감했고 애플은 0.11% 떨어졌습니다. 기술주 가운데 올 들어 가장 많이 내렸던 펠로톤도 이날 0.91% 상승세로 장을 마쳤습니다. 테슬라 폭락과 함께 한 때 10% 넘게 추락했던 아크 이노베이션 ETF도 3.30% 하락세로 마무리됐습니다.
경기민감주는 이날도 좋았습니다. 뉴욕에서 다음 달 개장이 가능해진 AMC엔터테인먼트의 경우 17.56% 치솟았고 △MGM리조트 5.52% △디즈니 2.78% △카니발 1.89% △알래스카항공 4.57% 급등했습니다. 업종별로도 에너지업종이 1.61% 올라 올 들어 27% 상승했습니다. 금융업종 0.5%, 소재 0.32%, 산업 0.28% 올랐습니다.
월가는 경기 회복과 함께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은 확실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빠른 속도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뉴욕 증시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월가 관계자는 "당분간 경제가 본격 회복되고 기업 이익이 개선되는 게 구체적으로 나타날 때까지는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투자자들이 한 방향으로 쏠려 있기 때문에 오늘처럼 때때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그동안 많이 오른 기술주에 대해선 금리 상승세에 따른 조정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아카데미 시큐리티스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이날 '노아의 방주(Arkk)?'라는 제목의 고객 메모에서 아크 ETF를 들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배에 타고 있다. 이건 언와인드(자금이 꺼꾸로 유출되는 것)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돌고 있습니다.
① 버블 붕괴 영화 '빅 숏'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는 지난 22일 버블 붕괴를 예견했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시장이 칼날 위에서 춤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투기와 차입을 통한 투자가 증시를 붕괴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버블이 터지기 시작했다는 시각은 소수입니다.
팻 투미 상원의원(공화당, 펜실베이니아)은 이날 파월 의장에게 "자산거품은 2001년과 2007~2009년에 경기 침체를 촉발했다. 최근 자산 가격 상승은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누구도 지금 버블을 특정할 수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별달리 걱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전날 브릿지워터 홈페이지에 '증시는 버블인가'(Stock Market Bubble?)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주가가 전통적 지표에 비췄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가 △주가가 기업 수익 전망 및 채권 금리과 비교해 지속 가능한가 △신규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투자자 심리는 얼마나 뜨거운가 △얼마나 많은 빚을 내 주식 투자를 하는가 △기업 투자는 얼마나 확대되고 있나 등 여섯 가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지금은 미 증시의 역사적 '버블 게이지'로 볼 때 백분위에서 77번째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2000년의 거품, 1929년의 거품 때 이 지수는 100번째 백분위에 있었는데, 지금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달리오의 경우에도 상위 1000개 주식 중 5%인 일부 신흥 기술주의 경우 극심한 버블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달리오는 "통상 버블의 정점에서는 이런 수치가 두 배, 즉 10%에 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조정
모건스탠리가 대표적입니다.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회복을 앞둔 채권 금리의 상승, (반도체처럼)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인해 기업 이익 증가가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으로 인해 시장이 단기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금은 투자자 심리가 달아올랐고, 포지셔닝이 극단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그런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그는 △4분기 실적에서 확인된 기업 이익 회복세 △확인된 백신 효능과 이르면 4월로 예상되는 집단면역 △막대한 규모의 추가 부양책 등을 들면서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은행, 재료 및 에너지 업종 주식과 소비 및 사업서비스 관련 주식을 저가매수하라고 추천했습니다.
③ 종목 손바뀜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 상황을 '트위스트'라고 부릅니다. 즉 지수 아래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건 주식이든 채권이든 활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겁니다. 즉 경기 회복으로 수혜를 받을 자산과 지역, 주식이라면 업종, 종목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것이죠.
즉 전체 시장에서 조정이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성장주에서 경기민감주 등으로 바꾸면서 업종별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이번 주 들어 계속 내렸지만, 전통 가치주가 많은 다우는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통상은 이를 '로테이션'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하이지 CIO가 '트위스트'라고 부른 건 경기민감주와 함께 실적이 받쳐주는 대형기술주에 대해선 매수세가 여전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하이지 CIO는 "이번주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앞으로 몇 달 안에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양상의 축소판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모든 주식이 내려가는 대규모 조정보다는 경기 회복을 앞두고 그동안 많이 오른 주식이 내려오고 덜 오른 주식이 이를 따라잡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손바뀜이 부드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