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우한 방문 후 작성…"현지서 문서 제공 없어"
가디언 "중국의 기원 조사 방해 보여줘"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견되고 최초 8개월 동안 발원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WHO 보고서 "중국, 코로나19 초기 우한서 기원 조사 안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지난해 8월10일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WHO 관계자들이 중국 관료들과 만나 코로나19의 기원을 찾기 위한 심층적인 논의를 벌였으나 거의 자료를 받지 못했고 새로운 정보도 얻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감염자가 2천만명에 달했을 때 작성된 것으로서 중국 기원설을 연구하는 데 WHO 연구진이 얼마나 방해를 받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가디언이 전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코로나19 연구 협조를 촉구하고, WHO에도 조사 기준을 높여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한 상황에서 보고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에 코로나19 사태 초기 자료를 모든 나라에 제공해 확산을 막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질병학자들은 창궐이 발생하면 처음으로 감염돼 확산의 진원 역할을 한 이른바 '0번 환자'(patient zero)를 찾는 데 각별한 노력을 쏟는다.

전염병이 언제, 어떻게, 왜 발병했는지와 관련한 핵심적인 의문이 풀리면 향후 유행을 막을 정책적 수단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는 WHO의 피터 벤 엠바렉 식품안전·인수공통전염병 전문가가 7월10일∼8월3일 중국을 방문한 후 작성한 '코로나19 기원 연구' 보고서의 2페이지짜리 축약본이다.

보고서에는 2주간의 격리 이후 열흘 간 중국 측 관계자들과 만나 벌인 조사 경과가 담겨 있다고 한다.

그동안 WHO팀은 농림부 장관과 보건 당국 관계자, 그리고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직원 등을 직접 만나 우한 코로나19 환자를 포함해 바이러스 발생지에 대해 탐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WHO팀은 보고서에서 "2020년 1월 이후 우한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조사가 거의 진행된 게 없었다"라며 "중국 측은 파워포인트 발표나 다른 문서 자료도 공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지난해 8월21일 기자회견에서 WHO의 현장 조사 경과에 대한 질문에 "중국에서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 알기 위해 현지에 갔던 팀이 돌아왔다"고만 답했다.

지난달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우한을 방문했던 WHO팀 역시 기자들과 만나 "중국 측에 환자의 기초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요약본만 받았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WHO가 작성한 이 보고서 내용에 대해 WHO나 주미 중국대사관은 가디언의 확인 요구를 거부했다.

WHO 보고서 "중국, 코로나19 초기 우한서 기원 조사 안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