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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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사유리가 화재를 피해 스타벅스를 찾았다가 쫓겨난 사연을 전했다.

사유리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를 뚫고 계단으로 대피했다"면서 "급히 나가느라 휴대폰이 없었는데 스타벅스에서 QR코드를 찍지 못한다는 이유로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사유리는 "우리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매장에서 못 마신다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면서 "추위로 입술이 파랗게 된 아들을 보여주며 제발 잠깐이라도 실내에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끝까지 안된다고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다른 매장처럼 본인의 인적 사항을 적고 입장을 가능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사유리는 "직원을 비판하려 글을 쓴 것이 아니다"라며 "직원도 코로나 예방을 위해 자기의 의무를 다 하는 것뿐이었고 지침이 있기에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 부탁드린다"면서 "만약 아이가 추워서 떨고 있는 상황에 핸드폰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매장에서 내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유리는 자발적 미혼모를 선택해 결혼하지 않고 서양인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지난해 11월 4일 아들을 출산했다.
서울 영등포구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 내 식당에서 시민들이 전자출입명부(QR코드) 인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영등포구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 내 식당에서 시민들이 전자출입명부(QR코드) 인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방역수칙에 따라 카페에서 음식을 섭취하지 않을 때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울러, 2인 이상의 이용자가 식당·카페에서 커피·음료·간단한 디저트류만 주문했을 경우에는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수기로 명부를 작성하거나 QR코드를 찍어야 입장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사유리가 방문했던 스타벅스 매장 또한 수기 명부 작성으로도 카페 내 취식이 가능했다.

스타벅스 측은 이에 대해 "수기 명부 작성을 하는 경우 신분증 확인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 사유리 씨는 신분증이 없어서 이용이 불가했다"면서 "당시 화재로 인해 매장을 찾은 다른 손님들에게도 동일하게 친절하고 공손하게 이 같은 사항을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네티즌들은 "화재가 발생해서 아기 데리고 대피한 건데 어떻게 저렇게 메뉴얼만을 강요하며 비인간적으로 할 수 있었을까", "직원의 융통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QR코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당이나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 시 이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전국의 PC방·뷔페 등 고위험 시설에 대해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 명부 작성을 의무화했다. 다만 전자출입명부와 함께 수기 출입 명부의 사용도 가능하도록 했다. 노인이나 어린이,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등 자기 증명에 취약한 이들에게 현재와 같은 방역지침은 차별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사유리의 인스타그램 글 전문.


오늘 오전 9시 반쯤 우리 아파트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우리 집 창문까지 연기가 올라와서 밖이 뿌옇게 변했습니다. 전 바로 비상벨을 누르고 함께 아이를 돌봐주신 이모님에게 바로 대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모님은 자신의 옷 속에 젠(아들)을 감추고 전 양손에 강아지들 안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이미 복도에 심하게 탄 냄새와 연기가 올라와 있었고 이런 상황에 엘리베이터는 더욱 위험해서 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계단에서도 연기가 심하게 올라오고 있었고 내려가도 내려가도 출구가 안보이는 공포감으로 심장이 멈춰 버릴거 같았습니다.

그래도 무엇보다 두려웠던 것은 우리 3개월밖에 안되는 아들이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였습니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고 하늘이 무너질 거 같았습니다. 겨우 밖에 나가자마자 아들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아들이 작은 입으로 열심히 호흡을 하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누구에게 아니 ..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아들이 이 순간에도 무사히 살아있다는 것은 감사하고 더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경비실에 앞에서 혼자 10살도 안된 아이가 맨발으로 얇은 파자마를 입고 서 있었습니다. 주변에 부모님 모습도 안 보여서 제 다운자켓을 걸쳐주었습니다. 내가 단지 착한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들이 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 누군가 같은 행동으로 했으면 바람이였습니다.

어느 정도에 화재인지 파악을 못해서 그대로 집 바로 옆에 있는 동물 병원에 강아지들을 잠깐 맡긴 후에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스타벅스 안에 들어갔습니다. 아들이 추워서 입술이 덜덜 떨고있었고 빨리 아들을 따뜻하고 안전한곳으로 대피 해주고 싶었습니다.

따뜻한 음료수를 두잔 시키려고 서있었는데 직원분이 QR code 먼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화재때문에 빨리 나가느라 이모님이 핸드폰을 안 가지고 나갔다고 우리의 상황을 설명했지만 매장에서 못 마신다고 나가셔야한다고 했습니다.

입술이 파랑색이 된 아들을 보여주면서 제발 아들위해 잠깐이라도 실내에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끝까지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매장 처럼 본인의 인적사항을 적고 입장을 가능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생각했습니다. 아니.. 다른 스타벅스는 모르겠지만 아쉬워도 이번에 전 인적사항에 대해서 마지막까지 안내를 못 받았습니다.

전 이 글을 쓰는 이유가 그 직원을 비판 하는 목적이 절대 아닙니다. 직원분도 코로나 예방을 위해 자기의 의무를 다 하는 것뿐이였고 지침이 있기에 그렇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 부탁드립니다.

만약 아이가 추워서 떨고 있는 상황에 핸드폰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매장에서 내보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는건 그것 뿐입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