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 푸른역사 대표 "뻔하지 않은 역사 이야기가 롱런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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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출판인 (2)
25년간 역사서 출판 한우물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로 명성
단행본·시리즈 등 480종 출간
"전문성 갖춘 신예 작가 많아
중요한 원고 열 번 이상 읽어"
25년간 역사서 출판 한우물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로 명성
단행본·시리즈 등 480종 출간
"전문성 갖춘 신예 작가 많아
중요한 원고 열 번 이상 읽어"
“흔히 역사라고 하면 ‘태정태세문단세’만 떠올립니다. 하지만 역사는 사람이 살아온 모든 기록이죠. 교과서 속 지식만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역사는 딱딱하고 고루한 학문’이란 고정관념을 깨는 국내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온 것이 저희 출판사만의 개성이죠.”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60)는 최근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뻔하지 않은 역사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의 수요가 푸른역사를 지탱해왔다”며 “경제, 패션, 혼인, 풍습 등 역사 속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푸른역사는 25년째 역사서라는 한우물을 파 오고 있다. 박 대표와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자 등 6명으로 구성된 미니 출판사이지만, 출판계에서 무시 못할 파워를 자랑한다. “역사학자 중 푸른역사의 연락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푸른역사의 이름을 알린 계기는 2004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정민 한양대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였다. 이후 《고백하는 사람들》(김재웅), 《사신을 따라 청나라에 가다》(손성욱), 《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정연태) 등 현재까지 단행본과 시리즈 등 480여 종의 역사서를 출간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역사서 비평 모임 ‘푸른역사 아카데미’도 운영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박 대표는 10대 때부터 역사 공부를 좋아했고, 숙명여대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출판계 입문은 다소 늦었다. 30세에 입사한 생활정보 콘텐츠 관련 출판사가 첫 직장이었다. 1996년 푸른역사를 창업했다. 도서출판 푸른숲의 자회사로 출발해 2000년 독립했다. “저만이 독창적으로 할 수 있는 출판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역사를 택했어요.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하기는 어려운 분야지만 저처럼 역사책을 꼭 읽는 독자층이 있으니까요.”
원고와 저자를 고르는 기준은 전문성이다. 저자의 지명도는 상관없다. 오히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저자의 우수한 원고를 찾는다. “전문성 있고 스토리가 탄탄하면 재미는 저절로 따라와요. 무명 저자라도 주제가 괜찮으면 원고를 과감히 출판합니다. 진흙 속 보석들이 아직 정말 많아요. 그걸 찾는 게 출판사의 의무고요.”
가능한 한 번역서보다 국내 학자들의 책을 선택한다. 대중에게는 덜 알려졌지만 학계에서 인정받는 저자를 발굴 중이다. 박 대표는 “해외 책에만 의존하면 국내 학자들의 책은 밀리기 마련”이라며 “돈이 되는 책보다는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는 중간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실 제가 마케팅엔 소질이 별로 없어요. 돈을 벌기 위해 출판사를 차렸다면 역사 분야를 택하지도 않았겠죠. 직원들 월급 제대로 주고, 제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겠어요.”
박 대표는 “10년 후엔 대표직은 내려놓고 편집자로만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딱히 소명의식이란 건 없다. 좋아하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고, 즐기기 때문에 힘겨운 순간도 넘길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문성이란 게 별거겠어요. 지루함을 이겨내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하다’ 싶은 원고면 열 번 이상 반복해서 읽어요. 그래도 오탈자가 나오더라고요. 어찌 보면 단조로운 생활이지만 보람 있어요. 훗날 ‘역사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이라고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60)는 최근 서울 통의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뻔하지 않은 역사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의 수요가 푸른역사를 지탱해왔다”며 “경제, 패션, 혼인, 풍습 등 역사 속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푸른역사는 25년째 역사서라는 한우물을 파 오고 있다. 박 대표와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팅 담당자 등 6명으로 구성된 미니 출판사이지만, 출판계에서 무시 못할 파워를 자랑한다. “역사학자 중 푸른역사의 연락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푸른역사의 이름을 알린 계기는 2004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정민 한양대 교수의 《미쳐야 미친다》였다. 이후 《고백하는 사람들》(김재웅), 《사신을 따라 청나라에 가다》(손성욱), 《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정연태) 등 현재까지 단행본과 시리즈 등 480여 종의 역사서를 출간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역사서 비평 모임 ‘푸른역사 아카데미’도 운영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박 대표는 10대 때부터 역사 공부를 좋아했고, 숙명여대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출판계 입문은 다소 늦었다. 30세에 입사한 생활정보 콘텐츠 관련 출판사가 첫 직장이었다. 1996년 푸른역사를 창업했다. 도서출판 푸른숲의 자회사로 출발해 2000년 독립했다. “저만이 독창적으로 할 수 있는 출판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역사를 택했어요.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하기는 어려운 분야지만 저처럼 역사책을 꼭 읽는 독자층이 있으니까요.”
원고와 저자를 고르는 기준은 전문성이다. 저자의 지명도는 상관없다. 오히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저자의 우수한 원고를 찾는다. “전문성 있고 스토리가 탄탄하면 재미는 저절로 따라와요. 무명 저자라도 주제가 괜찮으면 원고를 과감히 출판합니다. 진흙 속 보석들이 아직 정말 많아요. 그걸 찾는 게 출판사의 의무고요.”
가능한 한 번역서보다 국내 학자들의 책을 선택한다. 대중에게는 덜 알려졌지만 학계에서 인정받는 저자를 발굴 중이다. 박 대표는 “해외 책에만 의존하면 국내 학자들의 책은 밀리기 마련”이라며 “돈이 되는 책보다는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는 중간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실 제가 마케팅엔 소질이 별로 없어요. 돈을 벌기 위해 출판사를 차렸다면 역사 분야를 택하지도 않았겠죠. 직원들 월급 제대로 주고, 제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니겠어요.”
박 대표는 “10년 후엔 대표직은 내려놓고 편집자로만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딱히 소명의식이란 건 없다. 좋아하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고, 즐기기 때문에 힘겨운 순간도 넘길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문성이란 게 별거겠어요. 지루함을 이겨내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하다’ 싶은 원고면 열 번 이상 반복해서 읽어요. 그래도 오탈자가 나오더라고요. 어찌 보면 단조로운 생활이지만 보람 있어요. 훗날 ‘역사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이라고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