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는 인구가 급감하면서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종로구 예지동의 한 귀금속 상점 모습.   /한경DB
결혼하는 인구가 급감하면서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종로구 예지동의 한 귀금속 상점 모습. /한경DB
귀금속 도매점 2000여 개가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 봉익동 귀금속거리. 귀금속산업이 호황이던 1990년대 중후반까지 전국 귀금속 물동량의 약 80%가 이곳을 통해 전국으로 나갔다. 하지만 24일 찾은 종로 귀금속거리는 인적이 드물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상가 임대매물이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두세 평 남짓한 면적의 상점 자리에는 한때 수억원의 권리금이 붙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무권리금’ 조건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혼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귀금속 예물 시장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21만여 건으로 전년 대비 10.7% 줄었다. 통계 작성 이래 감소폭이 가장 컸다.

쇠락하는 결혼·출산 관련 산업

24일 귀금속산업 관련 민간 연구기관인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귀금속 시장 규모는 5조41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6%(865억원) 줄었다. 국내 귀금속 시장은 2016년 6조657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귀금속 시장의 역성장은 예물 소비 감소가 주도하고 있다. 귀금속은 예물과 비예물 시장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예물 시장 규모는 1조1056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줄었다. 이 기간 비예물 시장이 0.6%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예물 시장 규모는 2012년(1조6049억원) 정점을 찍은 뒤 8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혼인율이 떨어지면서 예물 등 귀금속 수요도 급감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혼인 건수는 2011년 32만9100건을 기록한 뒤 9년 연속 줄어 지난해 21만3513건까지 내려왔다. 같은 기간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은 6.6%에서 5.1%로 떨어졌다.

산업·경제에 전방위 파장

예물 시장 침체는 혼인율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가 산업 현장에 몰고 온 변화의 한 단면일 뿐이다. 20~30대에 결혼과 출산을 하는 전통적인 생애주기가 붕괴되면서 예식업, 돌잔치업계 등 관련 업종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7년 기준 전국 예식장 수는 770개로 2007년(1003개)에 비해 233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예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혼인 인구가 급감한 데다 코로나19로 결혼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사업자가 많다”고 말했다.

김창희 돌잔치전문점연합회 회장은 “영세 돌잔치업체의 줄도산과 이 분야 종사자 2만 명의 실직이 우려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돌잔치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유소년 및 청년층 대상 산업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94개 소비항목별 지출구조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45년까지 교육서비스업의 소비 지출 비중이 가장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서비스업에 대한 지출 비중은 2030년까지 13.3%(7조7100억원), 2045년까지는 28.0%(16조19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 서비스 시장이 축소되면서 목재·종이·인쇄의 소비 지출 비중도 2045년까지 20.1%(8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섬유업, 전자·광학기기, 음식점·숙박서비스업, 금융·보험서비스업 등도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이다. 이 같은 소비 감소로 인해 관련 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 감소는 교육을 비롯해 의료, 건설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