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도달하는 데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구체적인 시기를 제시했다. 또 고용 시장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며 일자리를 늘리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24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2%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결국 해낼 것으로 믿고 있지만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까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밑돌 것으로 보느냐’는 의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다.

최소 2023년까지는 지금의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Fed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파월 의장은 전날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도 “미국의 경기 회복이 불완전하다”며 고용과 물가 상황을 보면서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각각 1.4%를 기록했다. 서서히 높아지고 있지만 “장기 평균치가 2.0%를 넘어야 한다”는 게 Fed의 입장인 만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본 것이다.
미국의 월별 물가 상승률. Fed의 목표는 2.0%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월별 물가 상승률. Fed의 목표는 2.0%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파월 의장은 “슈퍼 부양책과 백신 접종에 따른 경기 회복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물가 상승이 지속적이기 어렵다”며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채 금리 상승이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란 것이다. (I am not concerned with the sharp rise in bond yields because it was tied to optimism about the outlook)

이날 채권 시장 개장 초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연 1.42%까지 치솟았지만 파월 발언 이후 1.40% 밑으로 떨어지며 진정됐다.

파월 의장은 고용 시장의 회복이 둔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대 고용을 달성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며 “최대치보다 1000만여 명이 적다”고 했다.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전과 비교할 때 실제 고용된 인력이 1000만여 명 적다는 얘기다.

미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6.3%로, 팬데믹 직전이던 작년 2월(3.5%)보다는 높지만 작년 4월의 14.8%보다는 크게 낮다. 하지만 Fed 인사들은 “구직 포기자 등을 합산할 경우 실질 실업률이 10%에 달할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이날 파월 발언이 전해진 뒤 뉴욕증시는 큰 폭 반등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424.51포인트(1.35%) 급등한 31,961.86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4.06포인트(1.14%) 오른 3,925.43, 나스닥 지수는 132.77포인트(0.99%) 상승한 13,597.97에 각각 마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