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무슨 말 했길래…'게임스톱' 하루 만에 4배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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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데자뷰'같은 현상이 펼쳐졌습니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은 개장 전인 오전 7시대만해도 차분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33~1.34% 수준에서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고, 변동성의 상징이 된 테슬라는 시간외에서 4% 가량 오르고 있었습니다.
오전 8시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존슨앤드존슨(J&J)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해 예방효과와 안전성을 인정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달 말이면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갑자기 금리가 치솟기 시작했고 증시가 개장하는 오전 9시30분께 1.42%에 달했습니다. 경제 재개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커진 겁니다.
이에 다우 등 주요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은 오전 10시10분께 1.5%까지 흘러내렸습니다.
그러나 그 시각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의 하원 금융위원회 증언이 시작되자 어제처럼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전날과 비슷했지만, 세 가지 멘트가 좀 달랐습니다.
먼저 파월은 미국이 인플레이션 목표인 2%를 달성하는 데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3년까지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우리는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렇게 할 것이다. 3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답한 겁니다.
최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선 막대한 부양책에 경기 회복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이르면 2022년 말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란 베팅이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파월이 앞으로 3년, 즉 2024년까지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겁니다.
파월 의장은 또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그동안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반적인 자산 가격이 다소 상승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뜻을 강력히 밝혔습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여건 완화를 통해 경제 활동을 뒷받침하는 상황이다. 그건 적절한 것이다"라고 천명한 겁니다.
자산 가격이 치솟아도 통화정책을 만지지는 않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또 파월 의장은 디지털 통화에 대한 질문에 "올해가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공들이고 있는 일부 활동을 포함해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화폐와 관련해 의회와 접촉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도 이날 오전 파월을 지원 사격했습니다. "팬데믹이 시작된 뒤 400만 명의 근로자가 노동 시장을 떠난 걸 고려하면 실업률은 6.3%가 아닌 10%에 가까울 것"이라며 "상당한 추가 진전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통화정책을 바꾸거나 테이퍼링을 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였습니다. 두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오르자 금리는 연 1.38%대로 떨어졌습니다. 동시에 주식은 반등했습니다. 저가매수세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급락했던 기술주들까지 들썩였습니다. 나스닥은 오전 11시15분 상승세로 반전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폭은 커졌고 다우는 1.35% 상승한 31,961.86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사상 최고가입니다. 장중 3만2000선을 넘기도 했습니다. S&P 500 지수는 1.14%, 나스닥은 0.99% 상승해 마감했습니다.
지수 상승폭에서 보듯 이날 특징도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였습니다. 디즈니, 메리어트, 힐튼, 부킹홀딩스, 캐터필러, 골드만삭스, 찰스슈왑, 아메리트레이드, 벌컨머터리얼스, 다우 등 경기민감주들이 줄줄이 장중 혹은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AMC엔터테인먼트는 이날도 18.05% 치솟았고 보잉도 8.12% 급등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3.65% 급등했고, 금융주는 2.01% 올랐습니다. 기술주도 1.51%나 상승했습니다.
특히 급락했던 고평가 기술주들이 살아났습니다. 테슬라는 6.18% 급등했고 니오 5.6%, 퓨얼셀에너지 6.87%, 플러그파워 7.69% 등 큰 폭으로 반등했습니다.
심지어 게임스톱 주식도 살아났습니다. 살아난 정도가 아닙니다. 전날 44.97달러였던 게임스톱은 이날 91.71달러로 마감됐습니다. 103.94% 솟구친 겁니다. 특히 장 마감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또 다시 두 배가 뛰어 오후 4시55분 현재(미 동부시간) 180달러를 찍었습니다. 하루만에 4배 가량 오른 겁니다. 위험심리가 완연히 되살아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사이트가 한 때 마비됐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3년간 유지하고, 자산 가격이 올라도 정책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파월의 발언이 8bp(1bp=0.01%포인트)나 오르던 금리를 끌어내렸다"면서 "오늘은 작정을 하고 의회에 나왔는지, 어제보다 좀 더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이틀에 걸친 파월의 의회 출석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추가 재정 부양책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금리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원은 26일 부양책을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또 4~5월이면 정말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파월의 경고처럼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수 있습니다. 작년 4월 상황을 감안하면 기조효과도 매우 크니까요. 앞으로도 금리로 인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파월의 좀 더 세게 말했지만 어쨌든 금리는 전날에 비해 오른 채 마감됐다"며 "요즘 같은 상황이면 파월의 발언 효과가 오늘 하루에 그칠 수도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금리가 올랐던 근본 원인은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그리고 미 장기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수급 우려였다"면서 "그런 요인들은 파월의 발언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UBS의 데이비드 레브코비츠 미국 주식 헤드는 블로그를 통해 "최근 급등한 금리와 증시 영향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하우스뷰를 정리했습니다.
그는 우선 "경기 회복 기대에 기반해 오르는 금리는 증시에 역풍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3개월간 10년물 금리가 50bp 올랐는데, 1990년 이후 따져보면 이렇게 금리가 급하게 오를 때(3개월 기준)도 S&P 500 지수는 평균적으로 석 달간 3.9% 상승했다는 겁니다.
특히 석 달간 100bp(1%포인트)가 넘게 금리가 치솟았던 2016년(대선 직후)과 2013년(테이퍼 텐드럼)의 예를 들었습니다. 2016년 증시는 결코 2% 이상 폭락한 적이 없었으며, 2013년 테이퍼 텐드럼 때도 정점에서 5.6% 하락하긴 했지만 그해 전체로 보면 S&P 500 지수는 33%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세를 예상해 상승한 주식을 뒤늦게 따라잡는 현상"이라며 "최근에 금리가 급등하긴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강세장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24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은 개장 전인 오전 7시대만해도 차분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33~1.34% 수준에서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고, 변동성의 상징이 된 테슬라는 시간외에서 4% 가량 오르고 있었습니다.
오전 8시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존슨앤드존슨(J&J)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해 예방효과와 안전성을 인정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달 말이면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갑자기 금리가 치솟기 시작했고 증시가 개장하는 오전 9시30분께 1.42%에 달했습니다. 경제 재개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커진 겁니다.
이에 다우 등 주요 지수는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나스닥은 오전 10시10분께 1.5%까지 흘러내렸습니다.
그러나 그 시각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의 하원 금융위원회 증언이 시작되자 어제처럼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전날과 비슷했지만, 세 가지 멘트가 좀 달랐습니다.
먼저 파월은 미국이 인플레이션 목표인 2%를 달성하는 데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3년까지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우리는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렇게 할 것이다. 3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답한 겁니다.
최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선 막대한 부양책에 경기 회복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이르면 2022년 말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란 베팅이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파월이 앞으로 3년, 즉 2024년까지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겁니다.
파월 의장은 또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그동안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반적인 자산 가격이 다소 상승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뜻을 강력히 밝혔습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여건 완화를 통해 경제 활동을 뒷받침하는 상황이다. 그건 적절한 것이다"라고 천명한 겁니다.
자산 가격이 치솟아도 통화정책을 만지지는 않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또 파월 의장은 디지털 통화에 대한 질문에 "올해가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공들이고 있는 일부 활동을 포함해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 화폐와 관련해 의회와 접촉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도 이날 오전 파월을 지원 사격했습니다. "팬데믹이 시작된 뒤 400만 명의 근로자가 노동 시장을 떠난 걸 고려하면 실업률은 6.3%가 아닌 10%에 가까울 것"이라며 "상당한 추가 진전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통화정책을 바꾸거나 테이퍼링을 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였습니다. 두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오르자 금리는 연 1.38%대로 떨어졌습니다. 동시에 주식은 반등했습니다. 저가매수세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급락했던 기술주들까지 들썩였습니다. 나스닥은 오전 11시15분 상승세로 반전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폭은 커졌고 다우는 1.35% 상승한 31,961.86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사상 최고가입니다. 장중 3만2000선을 넘기도 했습니다. S&P 500 지수는 1.14%, 나스닥은 0.99% 상승해 마감했습니다.
지수 상승폭에서 보듯 이날 특징도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였습니다. 디즈니, 메리어트, 힐튼, 부킹홀딩스, 캐터필러, 골드만삭스, 찰스슈왑, 아메리트레이드, 벌컨머터리얼스, 다우 등 경기민감주들이 줄줄이 장중 혹은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AMC엔터테인먼트는 이날도 18.05% 치솟았고 보잉도 8.12% 급등했습니다. 업종별로는 에너지가 3.65% 급등했고, 금융주는 2.01% 올랐습니다. 기술주도 1.51%나 상승했습니다.
특히 급락했던 고평가 기술주들이 살아났습니다. 테슬라는 6.18% 급등했고 니오 5.6%, 퓨얼셀에너지 6.87%, 플러그파워 7.69% 등 큰 폭으로 반등했습니다.
심지어 게임스톱 주식도 살아났습니다. 살아난 정도가 아닙니다. 전날 44.97달러였던 게임스톱은 이날 91.71달러로 마감됐습니다. 103.94% 솟구친 겁니다. 특히 장 마감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또 다시 두 배가 뛰어 오후 4시55분 현재(미 동부시간) 180달러를 찍었습니다. 하루만에 4배 가량 오른 겁니다. 위험심리가 완연히 되살아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사이트가 한 때 마비됐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3년간 유지하고, 자산 가격이 올라도 정책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파월의 발언이 8bp(1bp=0.01%포인트)나 오르던 금리를 끌어내렸다"면서 "오늘은 작정을 하고 의회에 나왔는지, 어제보다 좀 더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이틀에 걸친 파월의 의회 출석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추가 재정 부양책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금리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원은 26일 부양책을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또 4~5월이면 정말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파월의 경고처럼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수 있습니다. 작년 4월 상황을 감안하면 기조효과도 매우 크니까요. 앞으로도 금리로 인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파월의 좀 더 세게 말했지만 어쨌든 금리는 전날에 비해 오른 채 마감됐다"며 "요즘 같은 상황이면 파월의 발언 효과가 오늘 하루에 그칠 수도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금리가 올랐던 근본 원인은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그리고 미 장기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수급 우려였다"면서 "그런 요인들은 파월의 발언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UBS의 데이비드 레브코비츠 미국 주식 헤드는 블로그를 통해 "최근 급등한 금리와 증시 영향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하우스뷰를 정리했습니다.
그는 우선 "경기 회복 기대에 기반해 오르는 금리는 증시에 역풍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3개월간 10년물 금리가 50bp 올랐는데, 1990년 이후 따져보면 이렇게 금리가 급하게 오를 때(3개월 기준)도 S&P 500 지수는 평균적으로 석 달간 3.9% 상승했다는 겁니다.
특히 석 달간 100bp(1%포인트)가 넘게 금리가 치솟았던 2016년(대선 직후)과 2013년(테이퍼 텐드럼)의 예를 들었습니다. 2016년 증시는 결코 2% 이상 폭락한 적이 없었으며, 2013년 테이퍼 텐드럼 때도 정점에서 5.6% 하락하긴 했지만 그해 전체로 보면 S&P 500 지수는 33%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세를 예상해 상승한 주식을 뒤늦게 따라잡는 현상"이라며 "최근에 금리가 급등하긴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강세장에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