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시절 고문 가담자에 징역 4년6개월
"역사적 판결"…보편적 관할 적용돼 독일이 처단

시리아 내전 '인류에 대한 범죄'에 첫 철퇴 내렸다
독일 법원은 24일(현지시간) 2011년 시리아 반정부 시위대를 고문하고 살해하는 데 가담한 죄로 전 정보요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는 10년 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과 관련한 '인류에 대한 범죄' 사건에서 처음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법원은 고문 혐의로 재판에 오른 시리아 전 정보 요원인 에야드 알가립(44)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4년 6개월 징역형을 내렸다.

법원은 그가 시리아에서 2011년 촉발된 반정부 시위 당시 최소 30명을 체포하고, 이들이 고문받을 것을 알면서도 정보 기관으로 보냈다고 봤다.

이는 시리아 시위대를 상대로 자행된 인류에 대한 범죄 혐의에 처음으로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인류에 대한 범죄는 전쟁 때와 평시를 불문하고 민간인에게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잔혹행위로 국제사회에서 중죄로 처단을 받는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 봉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확산해 내전으로 번졌고, 지금까지 수십만명의 사망자와 1천만명이 넘는 난민을 남긴 채 현재 진행형이다.

당시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시위대 고문 증언이 속출하면서 서방 국가들은 이를 국제법정에 세우려 했으나 러시아, 중국의 반대로 불발됐다.

알가립과 함께 재판에 오른 안와르 라슬란(58)에 대해서는 재판이 계속된다.

라슬란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악명 높은 알카팁 교도소에서 수감자 살해와 고문을 감독한 혐의를 받는다.

독일 연방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2011년 4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라슬란의 감독 아래 살해된 수감자가 58명이며, 고문 피해자가 4천명에 이른다.

라슬란은 전기충격, 구타, 채찍질, 잠 안재우기 등 악랄한 수법으로 수감자들을 고문하도록 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알가립과 라슬란은 시리아 내전의 혼란을 틈타 독일에서 거짓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살다가 2019년 체포됐다.

시리아인들을 대변해온 변호사 스티브 코스타스는 이날 판결에 대해 "민간인을 상대로 조직적 고문을 자행한 시리아 정부의 책임을 규명하는 절차에 한걸음 앞서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아사드 정권의 반인권 범죄를 법으로 심판할 "역사적 이정표"라고 BBC 방송은 평가했다.

독일 검찰의 이번 기소는 아사드 정권의 행위에 대한 증거를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재판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지 가늠할 '시범 사례'라고 BBC는 짚었다.

이날 법정에 수갑을 찬 채 나타난 알가립은 유죄가 선고되는 순간에도 놀란 표정을 짓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날 선고를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하고 "시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에게도 매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는 인류에 대한 범죄의 경우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난 것이라도 독일 법정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한 '보편적 관할'이 적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