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집값 급등이 실거래가 조작 탓?
부동산 중개업소와 집주인이 손잡고 아파트 실거래가격을 조작해 집값을 부풀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와 관련한 통계 자료를 발표하면서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정부 실거래시스템 거래 기록을 분석해 “신고가 거래 3건 중 1건이 취소돼 시세 조작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 통계 분석에는 해석의 오류가 있다. 먼저 서울을 비롯해 울산과 세종 등 주요 도시에서 신고가 거래 중 취소 건수가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이전 가격보다 높은 신고가로 거래한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기존 거래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고가 취소’가 된다. 하지만 아파트 전체 거래 중 취소 건수는 많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제신고 의무화가 된 작년 2월 21일 이후 지난 1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건은 총 79만8000건이다. 이 중 해제신고 이후 재신고된 사례를 제외한 순수 해제 건은 2만2000건으로 2.8%에 불과하다.

아파트 거래 취소를 모두 ‘허위 거래’로 보는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실거래가 신고 취소는 크게 중복 등록, 실제 거래 취소, 허위 신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계약 내용을 변경하면 재계약 신고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이전 등록된 실거래가격은 중복 등록이 돼 삭제된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작년 한 해 101건이 거래됐다. 이 중 거래 취소는 2건이었고 나머지는 중복 게재해 삭제한 경우였다.

신고가 취소도 시세 조작이라기보다는 매도자의 일방적인 파기가 많았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울산의 K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아파트값을 높여 받기 위해 배액(2배) 배상을 감수하면서까지 매매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말했다.

중개업소에 대한 불신도 이런 실거래 조작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에게는 아파트 호가를 띄울 만한 유인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집값 상승으로 매매량이 줄어들수록 중개사들의 수수료 수입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실거래가격 신고 오류를 이슈화하는 분위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부동산 실거래 허위 신고에 대해 강력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친문 카페에서는 실거래가 오류를 두고 “투기꾼들이 아파트 시세를 호도해 가격을 높여놨다”며 국민청원까지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25일부로 ‘실거래가 띄우기’에 대한 기획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를 대상으로 부동산 자전거래가 의심되는 40건에 대해 정밀조사에 나섰다. 적발 건수는 ‘0건’이었다. 정부와 여당이 정책 실패를 모면하기 위해 또다시 ‘섀도 복싱’(상대 없이 허공에 복싱 연습을 하는 것)을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