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마존 넘어 우주로…베이조스 혁신,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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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제프 베이조스 지음
이영래 옮김 / 위즈덤하우스
396쪽│2만2000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발명'
멈추면 정체·상실·고통·죽음 맞아
'방황'하되 방향 정해 나아가면 돼
제프 베이조스 지음
이영래 옮김 / 위즈덤하우스
396쪽│2만2000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발명'
멈추면 정체·상실·고통·죽음 맞아
'방황'하되 방향 정해 나아가면 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지난 2일 올 3분기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깜짝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에 많은 이들은 그의 다음 행보에 주목했다. 주요 외신은 베이조스의 다음 행선지로 그가 세운 항공우주회사 블루 오리진을 주목했다. 과연 베이조스는 아마존 홈페이지에 올린 직원 메시지에서 “아마존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요 결정에는 계속 임하겠지만 데이원 펀드, 블루오리진 등에도 집중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블루 오리진이었을까. 사실 우주에 대한 그의 열망은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됐다. 1969년 가족과 함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보며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꼈다는 것. 드라마 ‘스타트랙’ 전편을 섭렵할 정도로 우주 마니아였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생 대표로 발표한 고별사에서도 우주에 대한 열망을 내비쳤다. “우주, 그 마지막 개척지에서 만납시다!”
우주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위해 프린스턴대 물리학과로 진학했지만 수학적 계산에 소질이 없음을 알게 된 베이조스는 방황 끝에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컴퓨터 공부는 인터넷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세상 모든 것을 파는’ 아마존을 창업하게 했다.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은 베이조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책이다. 고등학생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텍사스 목장에서 방학을 보내던 어린 시절부터 ‘우주’를 가슴에 품은 채 아마존과 블루 오리진을 설립한 이야기까지 모두 담았다.
그의 경영 비법을 다룬 책은 그동안 세계에서 수백 권이 나왔지만 그가 어떤 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아마존을 경영해 왔는지를 스스로 밝힌 건 이 책이 유일하다. 책은 베이조스의 인터뷰들과 달착륙선 블루문 공개 행사의 기자회견, 프린스턴대 졸업 연설 등을 재구성한 1부와 아마존 CEO로서 1997년부터 매년 4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묶은 2부로 짜였다.
제목이 시사하듯 베이조스가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두 가지는 ‘발명’과 ‘방황’이다. 아마존 사임 계획을 밝히며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그런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끊임없이 발명하세요. 그리고 아이디어가 처음에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절망하지 마세요. 방황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호기심이 여러분의 나침반이 되도록 하세요.”
그 역시 어린 시절 발명가였다고 회고한다. 시멘트를 채운 타이어로 자동 출입구 폐쇄기를 개발하고, 쿠킹포일과 우산으로 태양열 조리기를 만든 개구쟁이 발명가였다. 아마존을 경영하면서도 그는 “급진적이고 변혁적인 발명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창의력을 펼칠 힘을 선사한다”며 늘 발명의 힘을 강조했다. 그의 창업 정신인 ‘언제나 첫날처럼(Always Day One)’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명하려는 그의 창조정신을 보여준다. 그는 1997년부터 직원과 주주들에게 보낸 모든 서한의 맨 마지막을 항상 “오늘은 우리에게 여전히 첫날입니다”로 마무리했다. 그에게 두 번째 날은 정체의 날이었다. 정체는 상실로, 고통스러운 절망으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날이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안에서 발명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어놨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엄청난 성장을 거두면서도 하나의 발명이 성공할 때마다 다시 ‘첫 번째 날’로 돌아가 다음 발명을 모색했다. 업무를 최대한 자동화해 더 많은 발명을 대규모로 이뤄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적인 예가 ‘식스페이저’다. 그는 “아마존은 형식을 중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는 대신 서사적으로 구성된 여섯 쪽의 글을 작성한다”고 말한다.
방황 역시 중요한 가치였다. 여기에서 방황은 그저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방황을 말한다. 《스티브 잡스》를 쓴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서문에 쓴 ‘베이조스의 성공 비결 5가지’에 그 의미가 잘 나와 있다. 단기적 과실 대신 장기적 관점으로 집중하는 것, 경쟁자 대신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런 방향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베이조스는 “항상 단기적 이윤이나 월스트리트 반응에 좌우되지 않고 장기적 시장주도자의 시각에서 투자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회사의 핵심은 경쟁 집착이 아니라 고객 집착이며 고객은 만족을 모른 채 언제나 더 많은 것을 바람으로써 우리를 다그친다”고 강조한다. 책은 그의 인생 스토리와 그가 써 나갈 우주에 대한 계획을 통해 오늘날 세계 시장가치 1위인 아마존을 만들고, 세계 1위 부자라는 위치에 오르게 한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왜 블루 오리진이었을까. 사실 우주에 대한 그의 열망은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됐다. 1969년 가족과 함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보며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느꼈다는 것. 드라마 ‘스타트랙’ 전편을 섭렵할 정도로 우주 마니아였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생 대표로 발표한 고별사에서도 우주에 대한 열망을 내비쳤다. “우주, 그 마지막 개척지에서 만납시다!”
우주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위해 프린스턴대 물리학과로 진학했지만 수학적 계산에 소질이 없음을 알게 된 베이조스는 방황 끝에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컴퓨터 공부는 인터넷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세상 모든 것을 파는’ 아마존을 창업하게 했다.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은 베이조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책이다. 고등학생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텍사스 목장에서 방학을 보내던 어린 시절부터 ‘우주’를 가슴에 품은 채 아마존과 블루 오리진을 설립한 이야기까지 모두 담았다.
그의 경영 비법을 다룬 책은 그동안 세계에서 수백 권이 나왔지만 그가 어떤 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아마존을 경영해 왔는지를 스스로 밝힌 건 이 책이 유일하다. 책은 베이조스의 인터뷰들과 달착륙선 블루문 공개 행사의 기자회견, 프린스턴대 졸업 연설 등을 재구성한 1부와 아마존 CEO로서 1997년부터 매년 4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묶은 2부로 짜였다.
제목이 시사하듯 베이조스가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두 가지는 ‘발명’과 ‘방황’이다. 아마존 사임 계획을 밝히며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 그런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끊임없이 발명하세요. 그리고 아이디어가 처음에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절망하지 마세요. 방황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호기심이 여러분의 나침반이 되도록 하세요.”
그 역시 어린 시절 발명가였다고 회고한다. 시멘트를 채운 타이어로 자동 출입구 폐쇄기를 개발하고, 쿠킹포일과 우산으로 태양열 조리기를 만든 개구쟁이 발명가였다. 아마존을 경영하면서도 그는 “급진적이고 변혁적인 발명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창의력을 펼칠 힘을 선사한다”며 늘 발명의 힘을 강조했다. 그의 창업 정신인 ‘언제나 첫날처럼(Always Day One)’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명하려는 그의 창조정신을 보여준다. 그는 1997년부터 직원과 주주들에게 보낸 모든 서한의 맨 마지막을 항상 “오늘은 우리에게 여전히 첫날입니다”로 마무리했다. 그에게 두 번째 날은 정체의 날이었다. 정체는 상실로, 고통스러운 절망으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날이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안에서 발명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어놨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엄청난 성장을 거두면서도 하나의 발명이 성공할 때마다 다시 ‘첫 번째 날’로 돌아가 다음 발명을 모색했다. 업무를 최대한 자동화해 더 많은 발명을 대규모로 이뤄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적인 예가 ‘식스페이저’다. 그는 “아마존은 형식을 중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는 대신 서사적으로 구성된 여섯 쪽의 글을 작성한다”고 말한다.
방황 역시 중요한 가치였다. 여기에서 방황은 그저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방황을 말한다. 《스티브 잡스》를 쓴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서문에 쓴 ‘베이조스의 성공 비결 5가지’에 그 의미가 잘 나와 있다. 단기적 과실 대신 장기적 관점으로 집중하는 것, 경쟁자 대신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런 방향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베이조스는 “항상 단기적 이윤이나 월스트리트 반응에 좌우되지 않고 장기적 시장주도자의 시각에서 투자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회사의 핵심은 경쟁 집착이 아니라 고객 집착이며 고객은 만족을 모른 채 언제나 더 많은 것을 바람으로써 우리를 다그친다”고 강조한다. 책은 그의 인생 스토리와 그가 써 나갈 우주에 대한 계획을 통해 오늘날 세계 시장가치 1위인 아마존을 만들고, 세계 1위 부자라는 위치에 오르게 한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