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EV)에 들어간 배터리를 분석한 결과 음극탭 접힘이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음극탭 접힘을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1조원에 달하는 리콜 비용을 나눌 때 LG에너지솔루션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국토부에 전달했고, 국토부는 이를 반영해 음극탭 접힘이 화재 원인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배터리셀 내 음극탭이 접히면서 음극에 생긴 리튬 부산물이 양극으로 확산하면서 음극 및 양극탭이 서로 붙는 단락 현상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음극탭 접힘이 화재 원인이라고 인정해놓고 뒤늦게 이를 부인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리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음극탭 접힘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국토부의 리콜 결정을 수용한 것이고, 이를 숨기지도 않았다”며 “다만 재현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충전맵 오적용이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뉘앙스로 입장문을 낸 것도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는 현대차의 BMS 업데이트(지난해 3월) 이후 충전맵 오적용을 확인했다면서도 오적용이 화재 발생 관련 유의미한 차이를 주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LG 측이 입장문을 통해 이 부분을 강조한 것은 국토부 발표를 확대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코나 EV의 최대 충전율은 97%인데 충전맵이 오적용되더라도 98~99%까지 올라가는 게 전부”라며 “LG에너지솔루션은 국토부 등에 100%까지 충전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BMS 업데이트를 실시하기 전에도 이미 9건의 화재(전체 화재는 15건)가 발생했기 때문에 충전맵 오적용을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나 EV 등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셀)→현대모비스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HL그린파워(배터리팩)→현대케피코(BMS 시스템)→현대모비스(배터리 모듈)→현대차(최종 조립) 등의 단계를 거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BMS 충전율이 아닌 충전속도 관련 설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