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환상적 실적에도 주가가 8% 폭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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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 엔비디아가 환상적 실적을 올리고도 주가가 폭락했다. 반도체 생산량 부족에 따른 여파, ARM 인수 불확실성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8.22%나 급락해 주당 532.30달러에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월가의 예상을 훌쩍 넘는 4분기 실적(2020년 11월1일~2021년 1월31일)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61% 급증해 50억 달러에 달했고 주당순이익은 50% 이상 늘어난 주당 3.10달러를 기록했다. 월가 예상(매출 48억2000만달러, 주당순이익 2.81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게임 콘솔과 랩톱 등에 들어가는 GPU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1분기 가이던스(실적 추정치)로 매출 53억 달러를 예상했다. 월가 예상인 45억1000만 달러를 18%나 앞지르는 것이다.
실적 호조에도 주가가 폭락한 건 세가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 번째로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부정적 영향을 줬다. 세계 최대의 팹리스(생산설비가 없는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중 하나인 엔비디아는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전문 회사) 업체에 반도체를 맡겨 생산해왔다.
그런데 최근 경기 회복을 앞두고 반도체 생산 주문이 폭주하면서 자동차 등 산업군 전체에 공급난이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반도체 공급 제약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GPU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이번 분기가 끝날 때까지 재고가 저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는 영국 ARM 인수가 여전히 각국 반독점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또 ARM 기술을 채택해온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인수를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시티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아티프 말릭은 최근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성사될 수 있다는 확신이 60%에서 25%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황 CEO는 "전체 생태계에 엄청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ARM 인수 작업에서 좋은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가상화폐 관련 수요다. 엔비디아의 CPU는 가상화폐 채굴에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고, 엔비디아는 최근 이더리움 채굴에 특화된 칩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 기대가 컸지만, 황 CEO는 "가상화폐 관련 사업은 우리 사업의 작은 한 부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는 이날 GPU가 가상화폐 채굴용으로 쓰이는 걸 막기위해 그래픽카드에 대해 기술적 제한을 걸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게임용 품귀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엔비디아는 지난 2018년 비트코인이 2만달러에 육박할 때 판매가 급증했지만 이후 비트코인 값 폭락과 함께 중고가 범람해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었다.
엔비디아의 이런 조치는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관련 매출 확대 기대를 낮췄다. CNBC는 "엔비디아의 CEO가 가상화폐 관련 사업 잠재력을 낮춰 언급하면서 주가가 내렸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상화폐의 경우 이번에 엔비디아에게 문제가 덜 될 수도 있지만 반도체 공급 제약, 그리고 ARM 인수 과정의 지연은 엔비디아가 단기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문제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8.22%나 급락해 주당 532.30달러에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월가의 예상을 훌쩍 넘는 4분기 실적(2020년 11월1일~2021년 1월31일)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61% 급증해 50억 달러에 달했고 주당순이익은 50% 이상 늘어난 주당 3.10달러를 기록했다. 월가 예상(매출 48억2000만달러, 주당순이익 2.81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게임 콘솔과 랩톱 등에 들어가는 GPU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1분기 가이던스(실적 추정치)로 매출 53억 달러를 예상했다. 월가 예상인 45억1000만 달러를 18%나 앞지르는 것이다.
실적 호조에도 주가가 폭락한 건 세가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 번째로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이 부정적 영향을 줬다. 세계 최대의 팹리스(생산설비가 없는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중 하나인 엔비디아는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전문 회사) 업체에 반도체를 맡겨 생산해왔다.
그런데 최근 경기 회복을 앞두고 반도체 생산 주문이 폭주하면서 자동차 등 산업군 전체에 공급난이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반도체 공급 제약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GPU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이번 분기가 끝날 때까지 재고가 저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는 영국 ARM 인수가 여전히 각국 반독점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또 ARM 기술을 채택해온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인수를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시티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아티프 말릭은 최근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성사될 수 있다는 확신이 60%에서 25%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황 CEO는 "전체 생태계에 엄청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ARM 인수 작업에서 좋은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가상화폐 관련 수요다. 엔비디아의 CPU는 가상화폐 채굴에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고, 엔비디아는 최근 이더리움 채굴에 특화된 칩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 기대가 컸지만, 황 CEO는 "가상화폐 관련 사업은 우리 사업의 작은 한 부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는 이날 GPU가 가상화폐 채굴용으로 쓰이는 걸 막기위해 그래픽카드에 대해 기술적 제한을 걸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게임용 품귀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엔비디아는 지난 2018년 비트코인이 2만달러에 육박할 때 판매가 급증했지만 이후 비트코인 값 폭락과 함께 중고가 범람해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었다.
엔비디아의 이런 조치는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관련 매출 확대 기대를 낮췄다. CNBC는 "엔비디아의 CEO가 가상화폐 관련 사업 잠재력을 낮춰 언급하면서 주가가 내렸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상화폐의 경우 이번에 엔비디아에게 문제가 덜 될 수도 있지만 반도체 공급 제약, 그리고 ARM 인수 과정의 지연은 엔비디아가 단기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문제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