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의료시설 아닌 일반 요양원은 보건소 의료진 파견 접종
[백신접종] "긴장해서 맞은 줄도 몰라"…코로나19 종식 기대감
"긴장해서 바늘을 넣은 줄도 몰랐는데 끝났다고 하네요.

"
26일 끝이 보이지 않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 50분께 광주 광산구 보훈요양원 강당에 푸른색 방호복을 갖춰 입은 의료진이 '백신' 문구가 부착된 보냉백을 들고 입장했다.

영상 2∼8도에서 냉장 보관하고, 얼리지 않아야 하는 조건에 따라 애지중지 유통·보관하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었다.

광주 1호 접종자로 나선 건 이 요양원 책임자인 고숙(57) 원장.
긴장된 표정으로 남색 재킷과 검정 바지를 입고 접종 장소에 들어선 고 원장은 간단히 건강 상태와 수면 등을 확인하는 예진을 받았다.

접종은 독감 등 다른 예방접종과 같이 순식간에 끝이 났다.

고 원장의 팔에 첫 주삿바늘이 주입되는 순간, 잠시 정적이 흐르는 듯하더니 "1호 접종을 축하한다"는 김삼호 광산구청장의 외침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 원장도 그제야 얼굴에 밝은 미소를 떠올렸다.

곧이어 '백신 접종에 함께하는 한 분 한 분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메모가 적힌 작은 꽃 화분이 고 원장에게 전해졌다.

화분에는 '설레임'의 꽃말을 갖는 '카랑코'가 심어져 있었는데 관내 한 화훼농가 대표가 백신 접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170개를 기증했다.

백신 후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대기 공간으로 이동한 고 원장은 "주삿바늘이 가볍게 들어가서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백신접종] "긴장해서 맞은 줄도 몰라"…코로나19 종식 기대감
고 원장에 이어 요양원 입소자 1호 접종자인 정진덕(57) 씨가 백신을 접종했다.

군에서 불의의 사고로 국가유공자가 된 정씨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어 예진과 접종, 대기 장소로 이동할 때마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정면을 응시한 채 다소 무표정한 얼굴로 접종을 한 정씨는 괜찮냐고 묻는 의사의 질문에 "괜찮아요.

안 아파요"라고 답했다.

접종 후 대기 장소에서 만난 고 원장이 "고생하셨다"며 주먹을 내밀자, 김씨 역시 주먹을 마주치며 밝게 인사했다.

정씨는 "코로나19가 끝나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고 싶다"며 "요양원 프로그램도 제대로 이뤄져서 모든 생활이 기분 좋게 이뤄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두 사람의 접종을 마지막으로 요양원 측은 취재진을 모두 퇴장시키고 방역 소독을 한 다음 나머지 접종자들에 대한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1바이알(병)당 10명분이 들어있어 10분 단위로 10명씩 나눠 접종하기로 하고 65세 미만인 종사자 135명과 입소자 5명 등 140명을 접종할 예정이다.

보훈요양원처럼 전문의료 시설이 아닌 일반 요양시설의 경우 각 구청 보건소 의료진의 방문 접종이 이뤄졌다.

광주 북구 비엔날레실버타운도 보건소 의료진 방문 접종이 이뤄졌는데 65세 이상 직원 1명을 제외한 29명 임직원 전체가 접종 대상이었다.

제일 먼저 백신 접종을 받게 돼 밤잠을 설친 직원들은 접종을 받기 위해 간호사 앞에 앉자, 긴장감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소매를 걷은 팔은 떨리기 시작했다.

긴장하긴 백신 접종에 나선 의료진도 마찬가지였다.

백신 접종에 의료진이 총동원되는 터라 오랜만에 주사기를 손에 쥔 보건소 간호사의 손도 미세하게 떨렸다.

백신 접종에 집중된 관심도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터였다.

[백신접종] "긴장해서 맞은 줄도 몰라"…코로나19 종식 기대감
한병의 백신을 10명에게 나눠 맞춰야 하는 절차도 까다로웠다.

주사기를 병에 꽂고, 정확한 양을 빼낸 뒤 '주사기를 치지도 흔들지도 말아야 한다'는 지침에 평소보다 더디게 약을 주사기에 조심스럽게 담았다.

한번 개봉한 백신은 몇 시간 안에 사용해야 한다는 지침에 개봉한 백신에는 개봉 시간을 유성펜으로 꼼꼼히 적었다.

여느 예방접종 같으면 주사기를 손가락을 튕겨 약이 튀어나오게 밀어 공기를 빼내곤 하지만, 백신의 약이 정확해야 해 백신 병에 주사기를 꽂은 채 공기를 빼내는 것도 달라진 절차였다.

긴장한 의료진은 접종 대상자들에게 "긴장하지 마시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면 덜 아파요"라고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자신의 긴장감도 풀었다.

백신 접종을 받은 직원들은 별도의 공간에 마련된 대기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이상 반응 여부를 관찰했다.

직원들 대부분은 여느 예방접종보다 덜 아픈 것 같다면서도, 접종 부위가 묵직하게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 병원에서 처음으로 접종을 받은 김명수 사무국장은 "요양시설 종사자라는 이유로 남보다 먼저 백신을 맞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긴장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조금은 내려놓고 시설 입소자들을 자신감 있게 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이날 하루 동안 광주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등 13개소에서 1천122명을 대상으로 접종할 계획이다.

이날부터 시작된 AZ 백신 접종은 148개소 1만351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1차 접종 이후 8∼12주 간격을 두고 2차 접종을 할 예정이다.

[백신접종] "긴장해서 맞은 줄도 몰라"…코로나19 종식 기대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