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윤여정 "담백·순수…관객들 기립 박수에 저도 울었죠"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상패는 하나만 받은 상태라 실감을 못 하고 있어요. 제가 할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없어 그냥 ‘(미국은) 나라가 넓어서 상이 많구나’ 정도만 생각하고 있어요.”

영화 ‘미나리’(사진)로 해외 각종 영화제에서 연기상 26관왕을 차지한 배우 윤여정은 26일 열린 화상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여정은 현재 드라마 ‘파친코’ 촬영차 캐나다 밴쿠버에 머무르고 있다. 그는 다음달 3일 ‘미나리’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한국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한 식구처럼 영화를 만들었고, 적은 돈으로 제작했는데 기대보다 큰 관심을 받게 됐다”며 “처음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실망하실까 봐 걱정스럽고 떨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제이콥(스티븐 연 분)·모니카(한예리 분) 부부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까지 선댄스영화제 등 세계 영화제에서 74관왕을 휩쓸었고, 다음달 1일(한국시간)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4월 25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수상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윤여정의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윤여정은 앞서 전미비평가위원회(NBR) 등 주요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극 중 모니카의 어머니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은 전형적인 할머니에서 벗어나 장난스러운 듯하면서도 깊은 감정을 표현해 냈다. “제가 연기를 계획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정 감독에게 그의 할머니를 흉내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해서 자유를 얻었죠.”

그는 직접 영화 제작에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원더풀 미나리”를 외치는 장면, 손자 방에서 침대에 같이 자지 않고 바닥에서 자는 설정, 찐 밤을 입으로 잘라 손자 데이비드에게 건네는 장면 등도 윤여정의 아이디어다. “국제결혼한 친구의 어머니가 미국에 와서 손자한테 그렇게 밤을 줬는데 외국인 남편이 놀라며 ‘너희 나라는 그래서 간염이 많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감독과 서로 그렇게 기억과 경험을 나누며 만들었어요.”

윤여정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도 ‘미나리’가 놀라운 작품이라고 했다.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놀라움을 준 작품이에요. 선댄스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볼 땐 즐기지 못했는데 사람들이 우는 걸 보고 오히려 놀랐죠. 감독님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 사람들이 기립박수하는 걸 보고 저도 울었어요.”

이날 간담회에는 정 감독과 스티븐 연, 한예리도 참여했다. 정 감독은 “이야기를 할 때 나라나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민자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공감해 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연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 2세대의 경험을 살려 제이콥의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그는 “그 시절에 살았을 제이콥을 공감하며 연기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한예리는 영화 속 배우들의 모습이 실제 가족처럼 나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다 같이 지내며 밥도 먹고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마지막으로 특유의 유쾌한 말투로 관객들의 적극적인 관람을 부탁했다.

“조미료가 안 들어간 담백하고 순수한 영화예요. 한국 관객들이 그동안 양념 센 음식들을 먹어 와서 안 먹을 수도 있지만, 우리 영화는 건강한 맛이니 한번 잡숴봐 주세요.”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