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지난 27일 차오양구의 다웨청 쇼핑몰 애플 매장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입장 인원을 제한한 애플 매장엔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여 만에 대기줄까지 생겼다. 강현우 특파원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지난 27일 차오양구의 다웨청 쇼핑몰 애플 매장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입장 인원을 제한한 애플 매장엔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여 만에 대기줄까지 생겼다. 강현우 특파원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이번주 개막한다. 입헌·입법권까지 가진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오는 5일,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하루 앞선 4일 시작된다. 올해 양회는 ‘2035년에 국내총생산(GDP)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 실행 전략을 결정하는 동시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올해 8% 성장도 가능”

28일 KOTRA 등에 따르면 4일부터 10여 일간 전인대와 정협, 각종 부속 회의 등이 열린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은 지난해 10월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 전회), 12월 경제공작(업무)회의 등을 통해 입안했던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과 2035년 장기 발전 전략을 승인할 예정이다.
전인대의 中경제 '밑그림'…10년 만에 8%대 '깜짝 성장' 내놓을까
중국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통상 3월에 열리던 양회를 5월로 미뤘다. 매년 양회 직후 제시하던 경제성장률 목표도 지난해엔 내놓지 않았다. 올해는 양회 일정을 지난해 말 확정하면서 ‘방역 자신감’을 보였다. 작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2.3%)을 달성한 만큼 올해는 다시 성장률 목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의 잠재 성장률을 5~6%로 보고 있다. 올해는 기저효과를 더해 7.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KOTRA는 중국이 올해 양회에서 6~8%의 구간으로 목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2011년(9.3%) 이후 8%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내수 중심 ‘쌍순환’ 전략 확정

지난해 경기 부양을 위해 내세웠던 적극재정 기조는 올해엔 ‘정상화’로 전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다만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없을 것”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3.6%까지 올라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재정적자율)은 예년 수준인 3% 안팎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국은 지난해 코로나19 극복 특별국채 1조위안, 지방정부전용채권 3조7500억위안어치 등을 발행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춘제(중국의 설) 연휴 직후인 지난 18일 이후 3800억위안(약 66조원) 규모의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등 선제적으로 시장 안정화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양회에선 내수 중심의 ‘쌍순환’(국내 대순환·국제 순환) 성장 전략도 확정할 예정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 강화에 대비해 과학기술 자립과 자주적 산업망 구축 등 독자 생존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사회 인프라 투자 확대, 도시권 교통 인프라 구축, 신에너지 및 가전 소비 진작, 국내 면세점 증설 등 다양한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출산율 제고, 정년 연장 등의 정책도 논의될 전망이다.

시진핑 집권 체제 다져

올해 양회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란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올해는 양회를 시작으로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10월 6중 전회 등 권력 유지를 위한 중요한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같은 해 10월 공산당 대표대회(전당대회) 등도 예정돼 있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전당대회는 주석을 선발하는 자리다. 2012년 선임된 시 주석은 2017년 연임했다. 2018년 전인대는 헌법의 주석 10년 연임 금지조항을 삭제해 시 주석의 장기집권 길을 열어놨다.

올해 양회는 빈곤 퇴치와 코로나19 극복 등 시 주석의 정책과 성과를 대내외에 강조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 소식통은 “올해 양회를 앞두고 중앙과 지방 고위급 관리들이 무더기로 교체돼 시 주석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