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크게 확대된 배달앱 시장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잇달아 공공배달앱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교차로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달리고 있는 모습.   한경DB
코로나19로 크게 확대된 배달앱 시장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잇달아 공공배달앱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교차로에서 배달 오토바이들이 달리고 있는 모습. 한경DB
국내 최초 공공배달앱인 전북 군산의 ‘배달의명수’를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미 출시했거나 앞으로 선보일 공공배달앱만 14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배달의명수 운영 현황에서 보듯 공공배달앱의 이용자 수와 결제액은 ‘배달의민족’ 등 민간배달앱에 비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공배달앱의 사업성이 불확실함에도 지자체들이 보여주기 행정의 일환으로 배달앱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성 분석 없이 ‘묻지마 추진’

소비자 외면에 '1호'도 죽쑤는데…지자체, 공공배달앱 개발 경쟁
지난해 3월 배달의명수가 출시된 이후 정치권에는 ‘공공배달앱 열풍’이 불었다. 지난해 말 정부는 배달의명수를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꼽기도 했다.

지자체는 앞다퉈 배달의명수 벤치마킹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의 ‘배달특급’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간배달앱이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갈취하고 부당 이익을 챙긴다”며 지난해 4월 군산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경기도 내 공공배달앱 추진 의지를 밝혔다. 배달특급은 지난해 말 출시돼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의명수처럼 기존 공공배달앱의 근본적인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대부분 결제는 또 다른 ‘관치경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지역화폐와 연계된 거래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두 달 동안 배달특급 결제 중 70%를 지역화폐가 차지했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 사이에서는 ‘지역화폐가 생길 때만 쓰는 앱’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경남 진주 ‘배달의진주’, 전남 여수 ‘씽씽여수’, 충북 제천 ‘배달모아’ 등도 3월을 목표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광주시, 세종시 등의 지자체에서도 올 하반기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작년 말과 올초 출시된 서울시 ‘제로유니온’, 인천 서구 ‘배달서구’, 인천 연수구 ‘배달이음’, 부산 남구 ‘어디GO’, 충청북도 ‘먹깨비’, 강원도 ‘일단시켜’ 등도 있다.

공공배달앱을 둘러싸고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구시는 최근 공공배달앱 사업을 두고 내부 갈등을 빚었다. “사업성이 없다”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가 앞다퉈 공공배달앱을 추진하자 대구시도 결국 사업을 원래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묻지마’ 사업 추진이 이어지자 최근에는 총리실 산하의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가 전국 공공배달앱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황 파악 이상의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자체장들이 ‘표’를 위해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며 “시장이 할 일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소비자들이 쓸 이유가 없다”

업계에서는 공공배달앱은 애초부터 시장성에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앱 사용이 불편하다는 고객·가맹점주의 불만이 이어지지만 제대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다”며 “배달 관련 불만이 있을 때 필수적인 고객센터 대응조차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의 가맹수수료는 저렴하지만 음식 가격이나 배달료에는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이 공공배달앱을 사용할 매력을 못 느낀다는 문제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영업자를 돕겠다’는 막연한 정치적 구호만으로는 소비자를 유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접 지원이나 지역화폐 연계 등 세금 투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자생할 수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플랫폼 시장에서 각 지자체가 따로 앱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나 수단 등에서 민간배달앱에 비해 뚜렷한 한계가 있다”며 “재정 투입 비용에 비해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