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장을 지낸 정진석 추기경(90·사진)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 정 추기경은 연명치료를 거부한 상태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을 서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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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정 추기경께서 지난 21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며 "입원 직후 미열이 있었지만 대화를 하시는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정 추기경은 오래전부터 노환으로 맞게 되는 자신의 죽음을 잘 준비하고 싶다면서 2018년 9월 27일에 연명 의료계획서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서명했다"고 알렸다.
정진석 추기경이 2018년 직접 작성한 장기기증에 관한 서명.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정진석 추기경이 2018년 직접 작성한 장기기증에 관한 서명.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정 추기경은 서울대교구가 이날 공개한 연명의료계획서 상 '장기기증에 관한 서명'에서 "내 주변의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저의 부족한 점을 너그러히 용납하여 주십시요"라고 친필로 적었다. 이어 "가능하다면 각막을 기증하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주님께 기도하면서 2018.9.27 +정진석 추기경"이라고 바랐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2006년도에 자신이 서약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사후 각막기증이 실시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부탁했다. 만약 나이로 인해 장기기증 효과가 없다면 안구라도 기증해서 연구용으로 사용해줄 것을 연명계획서에 직접 글을 써 청원하기도 했다.

앞서 정 추기경은 지난 25일에는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인 '명동밥집'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서울대교구측에 따르면 정 추기경이 자신의 통장에 있는 잔액을 모두 명동밥집, 아동 신앙 교육 등에 지정해 봉헌한 것이다.

정 추기경은 건강관리를 잘 해왔으나 최근 몸에 많은 통증을 느껴 주변의 권고로 21일 입원했다. 서울대교구는 "정 추기경의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만약의 사태에 따라 만반의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직접 면회가 어려우니 정 추기경님을 위한 많은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