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장르에 불친절한 전개와 연출…남은 카드는 배우들의 힘
바위 들어올린 '시지프스', 정상까지 도달할까
JTBC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는 시시포스의 운명을 넘어 정상까지 바위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로코(로맨틱코미디), 범죄수사, 판타지, 퓨전사극, 그리고 '막장'. 선택지가 정해진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SF(공상과학)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시지프스'의 성패에 시청자뿐만 아니라 드라마 업계의 눈이 쏠린다.

28일 기준 4회까지 방송되며 초반 전지 작업을 끝낸 가운데 방송가 반응은 신선하지만 아직 몰입은 어렵다는 반응과, 도입부는 아쉽지만 여전히 기대할 부분이 남았다는 반응으로 요약된다.

초반부는 감시당하며 사는 미래 사회의 강서해(박신혜 분)가 특별한 장치를 통해 시공간을 건너뛰어 현재의 한태술(조승우)을 구하러 온 과정, 한태술이 미스터리하게 사라진 형의 죽음을 밝히려다가 '단속국'의 위협을 받지만 결국 서해와 만나 공조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연출은 초반 비행기 추락 장면과 폐허가 된 미래의 감시 사회 등을 강렬하고 긴장감 있게 구현해내며 시청자들이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애썼다.

10주년 특별기획인 데다 신선한 장르와 소재를 내세웠고, 조승우와 박신혜까지 불러들인 만큼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극 전반에 녹아 있었다.

그러나 전에 없던 드라마 장르에 도전했기 때문인지 이야기 전개 과정에 의문이 많은 상태여서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승우가 분투하고 있기는 하지만 코미디와 미스터리, SF, 액션 등을 오가는 연출이 아직은 완전히 자연스럽지 못한 탓에 몰입감을 저해한다는 평도 적지 않다.

시공간은 이동하는 모습은 세련되지 못하고, 단속국 요원들은 긴장이 필요한 순간마다 등장하지만 정작 등장하면 '맨 인 블랙'의 코믹한 버전을 보는 것 같은 연출에 긴장감이 팍 사그라들어 아쉬운 부분이다.

극의 메시지와 직결된, '미래의 사람들이 왜 현재로 건너오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씩 소개되지만 타이밍이 적절치 않거나 신파 조로 흐르는 등 설득력이 부족하다.

주인공들은 전쟁을 막고자 분투하지만,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도 여태 없다.

바위 들어올린 '시지프스', 정상까지 도달할까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그동안 작품들과 달리 보여주려고 하는 소재 자체는 굉장히 신선하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다만 세계관과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주연 배우들도 조금 과장된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몰입하기 불편한 지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조승우와 박신혜의 연기 합이 낼 시너지를 여전히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미래에서 온 전사와 과학자의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흥미롭지만 그게 드라마로 풀었을 때 힘을 받을 수 있는지는 아직 잘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연기자들이 가진 힘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힘이 스토리와 맞아떨어지면 힘을 받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