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을 줄 모르면 구세대" 삼각김밥, '5세대' 제품 나왔다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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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편의점 삼각김밥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찐득한 쌀밥에 명란젓 ‘쬐끔’ 꽂아 넣고, 김으로 두른 ‘그것’을 1000원에 사라니, 손을 댈리 만무했다. 1990년대 초반 대학 학생식당 백반값이 900원이었고, 학과 건물 앞 일명 ‘족구 광장’에서 팔던 완탕(뜨끈한 국물에 제법 푸짐했던 만두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을 500원이면 사 먹을 수 있던 때였다.
편의점의 ‘사치스러운 간편식’이었던 삼각김밥이 출시된 지 약 30년 만에 ‘5세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CU는 ‘침체에 빠진 삼각김밥 재건’을 내걸고 3일부터 대대적인 삼각김밥 ‘리뉴얼’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값(1000~1500원)은 유지하되, 토핑을 기존 대비 50% 가량 늘린 게 특징이다.
CU의 간편식품 매출 중 삼각김밥의 비중은 2015년 34.8%(1위)에서 2020년 22.6%(2위)로 12.2%포인트 줄었다. 1위 자리는 도시락이 차지했다. 한식은 물론이고, ‘아메리칸 스타일’, 베트남식 등 갈수록 메뉴가 다채로워지고, 품질도 고급화되면서 도시락이 편의점의 1등 효자 상품에 올랐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상품본부는 ‘삼감김밥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MZ세대에겐 도시락보다 더 소구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삼각김밥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궁합 음식을 찾는 등 ‘모디슈머(수정하다는 뜻의 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의 합성어.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MZ세대들의 소비 방식을 일컫는다)’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삼각김밥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CU는 첫번째 리뉴얼 프로젝트로 3월 개강 시즌에 맞춰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는 삼각김밥’이라는 콘셉트를 내놨다. ‘리치-리치(Rich-Reach)’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품질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진영호 BGF리테일 상품본부장은 “스테디셀러인 전주비빔, 참치마요, 참치비빔(각 1000원)에 토핑을 기존 대비 최대 50% 증량해 최상의 맛과 밸런스를 구현했다”며 “삼각김밥에서 가장 중요한 밥은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새청무쌀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새청무쌀은 밥맛이 좋고 냉장에도 강해 삼각김밥용 쌀로 적합할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수출될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은 우수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CU는 제품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패키지에도 변화를 준다. ‘단짠단짠’ 전주비빔, ‘겉바속촉’ 참치마요, ‘입안가득’ 참치비빔 등 삼각김밥의 주요 구매자인 1020세대들의 언어로 이름을 지었다.
CU발(發) 신형 삼각김밥은 ‘5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1세대는 세븐일레븐이 처음(1991년) 선보였던 1990년대 제품이다. 토핑은 우엉, 명란, 참치 등 일본식이 대부분이었다. 삼각김밥은 일본인들이 자신들만의 맛의 원형으로 꼽는 오니기리에서 유래됐다. 1980년대에 김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오니기리에 김을 씌워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판매했다는 게 정설이다. 일본에서 유래된 만큼 한국 편의점에서 팔았던 초기 삼각김밥 역시 해산물을 좋아하는 일본인 입맛을 따랐다. 요즘도 일본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삼각김밥의 토핑 대부분은 해산물이다. 육류가 점령한 한국과 대조적이다.
삼각김밥은 2000년부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제품 측면에선 전주비빔 삼각김밥이 2002년에 출시된 게 기폭제가 됐다. 참치김치, 참치마요 토핑도 이 시절 나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엄청난 흥행을 거둔 것도 삼각김밥 열풍에 한 몫했다. ‘청춘’들은 광장에서 목청껏 응원한 뒤, 허기를 간편한 삼각김밥으로 채웠다.
2005년경까지 이어지는 2세대 삼각김밥은 각 편의점마다 저렴한 가격에 맛의 다양화를 추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동화 설비 덕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가격이 700원으로 내려갔다. 당시 삼각김밥은 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분하는 척도로 여겨졌을 정도로 일종의 문화적 아이콘이 됐다. 모양대로 잘 뜯지 못하고, 밥과 김을 흘리는 이들은 구세대로 간주됐다.
2006~2010년은 삼각김밥 전성 시대였다. 전주비빔 삼각김밥이 10년 연속 매출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육류가 서서히 삼각김밥의 토핑을 점령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양념숯불갈비맛, 돈가스, 소고기고추장, 화끈불갈비, 불삼겹볶음 삼각김밥 등이 이 시절 등장했다. 2007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지면서 삼각김밥이 알뜰 소비의 대명사로 부상했다.
2010년대를 주름잡던 4세대 삼각김밥은 가격은 올라가고, 중량도 늘어났다는 게 특징이다. 통스팸구이, 너비아니, 폭탄주먹밥, 더블 삼각김밥 등 크기도 커지면서 값도 올라갔다. 프리미엄 주먹밥을 지향한 삼각김밥의 가격은 800~1500원대로 기존 제품의 두 배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중량 역시 기존 100~110g에서 170~180g으로 늘어났다. 도시락이 간편식으로 급부상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도시락 같은 삼각김밥'이 나왔던 것이다. 백종원 등 유명인과의 콜라보 제품이 등장한 것도 이 시절 얘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편의점의 ‘사치스러운 간편식’이었던 삼각김밥이 출시된 지 약 30년 만에 ‘5세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CU는 ‘침체에 빠진 삼각김밥 재건’을 내걸고 3일부터 대대적인 삼각김밥 ‘리뉴얼’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값(1000~1500원)은 유지하되, 토핑을 기존 대비 50% 가량 늘린 게 특징이다.
CU의 간편식품 매출 중 삼각김밥의 비중은 2015년 34.8%(1위)에서 2020년 22.6%(2위)로 12.2%포인트 줄었다. 1위 자리는 도시락이 차지했다. 한식은 물론이고, ‘아메리칸 스타일’, 베트남식 등 갈수록 메뉴가 다채로워지고, 품질도 고급화되면서 도시락이 편의점의 1등 효자 상품에 올랐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상품본부는 ‘삼감김밥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MZ세대에겐 도시락보다 더 소구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삼각김밥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궁합 음식을 찾는 등 ‘모디슈머(수정하다는 뜻의 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의 합성어.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MZ세대들의 소비 방식을 일컫는다)’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삼각김밥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CU는 첫번째 리뉴얼 프로젝트로 3월 개강 시즌에 맞춰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는 삼각김밥’이라는 콘셉트를 내놨다. ‘리치-리치(Rich-Reach)’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품질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진영호 BGF리테일 상품본부장은 “스테디셀러인 전주비빔, 참치마요, 참치비빔(각 1000원)에 토핑을 기존 대비 최대 50% 증량해 최상의 맛과 밸런스를 구현했다”며 “삼각김밥에서 가장 중요한 밥은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새청무쌀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새청무쌀은 밥맛이 좋고 냉장에도 강해 삼각김밥용 쌀로 적합할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수출될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은 우수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CU는 제품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패키지에도 변화를 준다. ‘단짠단짠’ 전주비빔, ‘겉바속촉’ 참치마요, ‘입안가득’ 참치비빔 등 삼각김밥의 주요 구매자인 1020세대들의 언어로 이름을 지었다.
CU발(發) 신형 삼각김밥은 ‘5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1세대는 세븐일레븐이 처음(1991년) 선보였던 1990년대 제품이다. 토핑은 우엉, 명란, 참치 등 일본식이 대부분이었다. 삼각김밥은 일본인들이 자신들만의 맛의 원형으로 꼽는 오니기리에서 유래됐다. 1980년대에 김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오니기리에 김을 씌워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판매했다는 게 정설이다. 일본에서 유래된 만큼 한국 편의점에서 팔았던 초기 삼각김밥 역시 해산물을 좋아하는 일본인 입맛을 따랐다. 요즘도 일본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삼각김밥의 토핑 대부분은 해산물이다. 육류가 점령한 한국과 대조적이다.
삼각김밥은 2000년부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제품 측면에선 전주비빔 삼각김밥이 2002년에 출시된 게 기폭제가 됐다. 참치김치, 참치마요 토핑도 이 시절 나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엄청난 흥행을 거둔 것도 삼각김밥 열풍에 한 몫했다. ‘청춘’들은 광장에서 목청껏 응원한 뒤, 허기를 간편한 삼각김밥으로 채웠다.
2005년경까지 이어지는 2세대 삼각김밥은 각 편의점마다 저렴한 가격에 맛의 다양화를 추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동화 설비 덕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가격이 700원으로 내려갔다. 당시 삼각김밥은 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분하는 척도로 여겨졌을 정도로 일종의 문화적 아이콘이 됐다. 모양대로 잘 뜯지 못하고, 밥과 김을 흘리는 이들은 구세대로 간주됐다.
2006~2010년은 삼각김밥 전성 시대였다. 전주비빔 삼각김밥이 10년 연속 매출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육류가 서서히 삼각김밥의 토핑을 점령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양념숯불갈비맛, 돈가스, 소고기고추장, 화끈불갈비, 불삼겹볶음 삼각김밥 등이 이 시절 등장했다. 2007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지면서 삼각김밥이 알뜰 소비의 대명사로 부상했다.
2010년대를 주름잡던 4세대 삼각김밥은 가격은 올라가고, 중량도 늘어났다는 게 특징이다. 통스팸구이, 너비아니, 폭탄주먹밥, 더블 삼각김밥 등 크기도 커지면서 값도 올라갔다. 프리미엄 주먹밥을 지향한 삼각김밥의 가격은 800~1500원대로 기존 제품의 두 배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중량 역시 기존 100~110g에서 170~180g으로 늘어났다. 도시락이 간편식으로 급부상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도시락 같은 삼각김밥'이 나왔던 것이다. 백종원 등 유명인과의 콜라보 제품이 등장한 것도 이 시절 얘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