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위스가 11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협정이다.

한국은행은 스위스중앙은행과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1일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100억스위스프랑(약 11조2000억원)으로 종전과 같다. 계약 기간은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계약은 2026년 3월 1일에 만료된다.

한은은 앞서 2018년 스위스중앙은행과 100억스위스프랑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이날(2021년 3월 1일) 계약 시점이 만료되자 연장에 나선 것이다.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 목적에는 기존 ‘양국 간 금융협력 강화’에 ‘금융시장 기능 활성화’가 추가됐다.

스위스는 6개 기축통화국(미국·유로존·영국·캐나다·스위스·일본) 가운데 하나다. 한은 관계자는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면서 금융위기에 대비한 ‘외환 안전판’을 더 단단히 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600억달러), 캐나다(사전 한도 없음), 스위스(106억달러 상당), 중국(590억달러 상당), 호주(81억달러 상당), 말레이시아(47억달러 상당), 인도네시아(100억달러 상당), 아랍에미리트(54억달러 상당) 등 8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3 국가들과는 384억달러 규모로 다자 간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3월 미국 중앙은행(Fed)과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후 두 차례 계약을 연장했고, 올해 9월 30일 만료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인민은행과 한·중 통화스와프 만료 시점이 도래하자 590억달러(약 4000억위안)로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계약을 맺었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2015년 계약이 종료된 이후 교섭과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과 일본은 2001년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지만 이후 독도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2015년에 계약이 끝났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