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 백신 모두 효과 뛰어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달 26일부터 국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국내서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제약사 화이자에서 각각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두 백신 모두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거쳐 효과를 입증했지만 백신 임상시험과 허가 과정에 대한 오해 등으로 백신에 대한 오해도 커지고 있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통해 국내 첫 접종이 시작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은 어떤 점이 다른가
"두 백신은 모두 최신 기술을 이용해 우리 몸이 일시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마치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온 듯 면역을 갖게 된다. 화이자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리보핵산(RNA)라는 유전물질을 이용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DNA라는 유전물질을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해 전달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DNA를 실어나르는 아데노바이러스는 증식능력이 없다. 우리 몸의 DNA에 들어가지도 않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근본적으로는 두 백신 모두 인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지만 투여하는 유전물질 종류가 다르다."▶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능이 60~70%라는데 어떤 의미인가.
"백신 효능이란 백신을 투여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백신이 얼마나 환자를 줄일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백신 효능이 70%라는 것은 백신을 맞지 않았을 때 환자가 10명 생긴다면 백신을 맞았을 때 3명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백신 효능이 90%라면 백신을 통해 환자수를 10명에서 1명으로 줄일 수 있다."▶정부에서 65세 이상 고령자는 의료인 판단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신중하게 처방하도록 권유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에 65세 이상 고령자가 많이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령층에서도 젊은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항체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고령층에서도 코로나19 환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고령자 임상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여하도록 권유하고 있다."▶18세 미만 청소년과 영유아 접종은 어떤가.
"소아나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낮고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낮아 우선 접종군에 해당되지 않는다. 아직 소아청소년 연령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체계적으로 평가한 연구결과가 없다. 세계적으로 16세 미만에게 허가된 코로나백신은 없다. 앞으로 소아 및 청소년 연령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예방효과와 안전성 근거가 확보된 뒤 백신 접종 여부와 대상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 중 횡단성 척수염이라는 드문 사례가 몇 건 발생해 부작용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백신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다른 백신과 유사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주사 맞은 부위에 3일 정도 통증이 있을 수 있고 발열, 오한, 피로감, 두통, 근육통 등이 하루 이틀 정도 생길 수 있다. 화이자 백신은 첫 접종보다 두 번째 접종 시 부작용이 더 심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첫 번째 접종할 때보다 두 번째 접종할 때 부작용이 더 가볍다."▶1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2차는 화이자 백신을 맞는 등 다른 백신과 교차 접종이 가능한가.
"다른 백신과의 교차 접종은 안전성이나 백신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권고되지 않는다. 두 번 접종을 같은 백신으로 맞아야 한다."▶화이자 등에 비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은 것은 왜 그런가.
"화이자 백신은 4만 명 이상의 대규모 임상시험이 단일한 프로토콜로 체계적으로 잘 이뤄졌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각각 조금씩 다른 4개의 임상시험을 묶어 지난해 12월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고령층도 적게 포함됐고 두 차례 백신 투여간격도 제각각이고 용량이 적게 투여된 군도 있었다. 그 결과 백신 효능이 들쑥날쑥 하고 일관적이지 못해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고 후속 결과가 나오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최근 연구진은 두 번 맞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투여 간격이 멀수록 효과가 좋다고 발표했다. 6주 간격보다는 12주 간격으로 투여했을 때 백신 효과가 82%까지 증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무증상 감염과 전파를 막지 못한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서 백신을 맞으면 감염되더라도 바이러스 배출량과 배출기간을 줄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환자 발생을 줄일 뿐 아니라 감염 전파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대상이 다른데 왜 그런가.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적응증은 다르지 않다. 백신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접종대상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백신 장·단점과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효과가 좋지만 영하 70도라는 초저온에서 보관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관 및 투여장소가 제한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효과가 좀 떨어지고 고령층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반면 일반 냉장온도에서 보관이 가능하다. 이런 특징과 장단점을 고려해 접종 병원과 대상을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코로나19 백신 면역 효과는 각각 어느 정도인가.
"화이자 백신 효능은 95%로 매우 좋은 성적을 보였다. RNA 백신이라는 새 기술로 백신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해 중간 결과에서 70%의 백신 효능을 보였지만 최근 연구에서 백신 투여 간격을 3개월로 늘렸을 때 82%까지 효능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독감 백신 효능이 50% 내외인 것을 고려할 때 두 백신 모두 효과 측면에서 뛰어난 백신이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좀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임신부나 암환자가 백신을 맞아도 괜찮나.
"임신부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합병증 발생 위험이 다소 증가하지만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백신 안전성 자료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거나 당뇨 비만 등 다른 기저질환이 있다면 백신 접종에 대해 담당의사와 상담해봐야 한다. 암 환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접종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다. 코로나19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사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면역 저하상태에서 백신을 맞았을 때 충분한 면역반응이 유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항암치료 중인 환자는 백신을 접종해도 안심하지 말고 마스크 등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또 암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이나 가족도 백신을 추천한다.▶백신 접종해도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나.
"백신 2차 접종 후 1주까지는 면역 형성이 불완전해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 2차 접종 후 한 주가 지나도 백신 효능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 다만 백신 접종 후 감염되면 백신을 맞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증상이 가볍고 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낮아지며 바이러스 배출도 적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위험도 줄어든다."▶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와 같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
"바이러스 변종이 생기면 변이 정도에 따라서 특정 백신에 대한 효능이 떨어질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가벼운 감염증을 막는 데 효과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다행인 것은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효능이 74.6%로 유지돼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과 유사했다."▶코로나19 백신도 독감처럼 매년 접종해야 하나.
"현재로서는 답을 알기 어렵다. 백신으로 얻은 면역력 지속 기간, 변이 바이러스의 발생과 유행, 변이 정도 등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 바이러스처럼 변이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사스 바이러스 경험에 비춰 획득한 면역이 2~3년은 지속이 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독감처럼 매년 코로나백신을 접종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