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식탁물가 급등 아우성…"선진국, 더 큰 타격 올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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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에서 식탁 물가가 치솟고 있다. 전반적인 물가나 소득수준보다 식량값이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기아·영양실조에 빠지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흥시장(이머징마켓) 각국에선 올들어 식량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인도네시아에선 두부 가격이 2개월간 30% 상승했다. 브라질에선 주식 곡물인 검은콩 가격이 한달새 54% 폭등했다. 러시아 설탕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61% 올랐다.
미국 캐나다 유럽 각국 등 선진국도 식량 가격 오름세가 뚜렷하다.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자료에 따르면 미 가정이 소비하는 식품 값은 전년대비 3.7% 올랐다. 같은 기간 CPI가 1.4% 오른 것에 비하면 식량 가격 상승폭이 물가 전반 상승폭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달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월 세계 식량 가격이 2014년 8월 이후 6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식량값 상승세 원인은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균열이다. 각지에서 봉쇄조치가 나와 계절노동자들과 물류 이동이 막혔다. 유엔무역개발회의에 따르면 작년 전세계 선박 물동량은 11년만에 처음으로 전년대비 줄었다. 최근들어 봉쇄조치가 여럿 풀렸지만 막혔던 운송길이 열리면서 물류 병목현상이 심각해졌다. 이때문에 오른 물류비용도 식량값에 반영되고 있다.
기후변화도 식량 가격이 폭등한 주 원인이다. 세계 각지에서 기후이변이 나타나면서 기존에 대량으로 기르던 작물 작황이 큰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식량값을 떠받치고 있다. 미국 식품기업 코나그라의 션 코놀리 CEO는 “판지 포장재 등 식품 생산에 필요한 제품 가격이 죄다 올랐다”며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에 저소득층의 식량확보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한다. 미국 최대 기아구제기관인 피딩아메리카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서 ‘식량 불안’을 겪는 이들이 1320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2018년보다 35% 급증한 수치다.
엥겔지수(가계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가 높은 저소득층 타격이 클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소득 하위 5분위 가구는 2019년에 소득의 36%를 식비로 지출했다. 여기서 식량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저소득층은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밥값으로 쓰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식품연구행동센터의 게리 헨치 영양정책본부장은 “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예산이 제한된 저소득층은 건강한 음식을 충분히 사먹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때문에 기아나 영양실조에 빠지는 이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말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중미 4개국에서 굶주리는 이들의 수가 지난 2년간 약 4배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2018년엔 220만명이었으나 올해는 4개국에 걸쳐 약 800만명이 기아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WFP는 이중 170만명은 식량 지원이 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때문에 중미에선 미국 등 타지로 이주하려는 이민자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식품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시장 정보업체 수퍼마켓구루의 필 렘퍼트 창업자는 “최소 1년 반 정도는 식품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뱅 샤를부아 캐나다 달하우지대 농업식품분석연구소장은 “상황이 더 나빠질 일밖에 없다”며 “식량 가격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우빌라바 시드니대 경제학 부교수는 “선진국은 식품 가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업간 공급망 사슬도 더 정교한 편이라 아직 공급망 변화에 따른 가격 급등을 덜 겪었다”며 “그러나 공급망 균열이 이어질 경우 선진국에서도 식량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흥시장(이머징마켓) 각국에선 올들어 식량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인도네시아에선 두부 가격이 2개월간 30% 상승했다. 브라질에선 주식 곡물인 검은콩 가격이 한달새 54% 폭등했다. 러시아 설탕 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61% 올랐다.
미국 캐나다 유럽 각국 등 선진국도 식량 가격 오름세가 뚜렷하다.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자료에 따르면 미 가정이 소비하는 식품 값은 전년대비 3.7% 올랐다. 같은 기간 CPI가 1.4% 오른 것에 비하면 식량 가격 상승폭이 물가 전반 상승폭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달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월 세계 식량 가격이 2014년 8월 이후 6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식량값 상승세 원인은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균열이다. 각지에서 봉쇄조치가 나와 계절노동자들과 물류 이동이 막혔다. 유엔무역개발회의에 따르면 작년 전세계 선박 물동량은 11년만에 처음으로 전년대비 줄었다. 최근들어 봉쇄조치가 여럿 풀렸지만 막혔던 운송길이 열리면서 물류 병목현상이 심각해졌다. 이때문에 오른 물류비용도 식량값에 반영되고 있다.
기후변화도 식량 가격이 폭등한 주 원인이다. 세계 각지에서 기후이변이 나타나면서 기존에 대량으로 기르던 작물 작황이 큰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이 식량값을 떠받치고 있다. 미국 식품기업 코나그라의 션 코놀리 CEO는 “판지 포장재 등 식품 생산에 필요한 제품 가격이 죄다 올랐다”며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에 저소득층의 식량확보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한다. 미국 최대 기아구제기관인 피딩아메리카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서 ‘식량 불안’을 겪는 이들이 1320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2018년보다 35% 급증한 수치다.
엥겔지수(가계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가 높은 저소득층 타격이 클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소득 하위 5분위 가구는 2019년에 소득의 36%를 식비로 지출했다. 여기서 식량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저소득층은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밥값으로 쓰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식품연구행동센터의 게리 헨치 영양정책본부장은 “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예산이 제한된 저소득층은 건강한 음식을 충분히 사먹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때문에 기아나 영양실조에 빠지는 이들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말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등 중미 4개국에서 굶주리는 이들의 수가 지난 2년간 약 4배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2018년엔 220만명이었으나 올해는 4개국에 걸쳐 약 800만명이 기아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WFP는 이중 170만명은 식량 지원이 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때문에 중미에선 미국 등 타지로 이주하려는 이민자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식품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식품시장 정보업체 수퍼마켓구루의 필 렘퍼트 창업자는 “최소 1년 반 정도는 식품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뱅 샤를부아 캐나다 달하우지대 농업식품분석연구소장은 “상황이 더 나빠질 일밖에 없다”며 “식량 가격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우빌라바 시드니대 경제학 부교수는 “선진국은 식품 가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업간 공급망 사슬도 더 정교한 편이라 아직 공급망 변화에 따른 가격 급등을 덜 겪었다”며 “그러나 공급망 균열이 이어질 경우 선진국에서도 식량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