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리 공포 누그러졌나…나스닥 3% 역대급 반등
지난 주말(27일) 미 하원은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추가 부양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 상원에서논의를 시작합니다. 최저임금법을 제외한 부양법안을 최대한 빨리 의결할 계획입니다. 상원을 통과하면 이달 중으로 최소 1조5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부양책이 실시됩니다.

여기에 27일 미 식품의약국(FDA)은 존슨앤드존슨(J&J)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미국에서 승인된 세 번째 백신입니다.

미국에선 최근 하루 2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습니다. 고위험군(65세 이상 58%, 75세 이상은 69%)은 3분의 2 가까이 접종을 끝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온 보관이 가능하고, 한 번만 맞으면 되는 새로운 백신이 등장하는 겁니다. 미 연방정부는 이번 주 390만 회 접종분을 보급하는 걸 시작으로 이달 안에 2000만회 분, 상반기 중으로 1억회 분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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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 있는 27개 모든 애플스토어를 재개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백신과 부양책뉴스는 경기 회복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실제 경기는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이를 확인시켜줬습니다. 지난 2월 PMI가 전월 58.7에서 60.8로 상승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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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I는 50이 넘으면 경기 확장을 뜻합니다. 이를 한참 넘은 것으로 월가 예상치 58.9도 상회했습니다. ISM의 티모시 피오레 회장은 "제조업 경기는 2월에도 회복세를 이어갔다. 2월 수치는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연율로 5% 성장하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PMI는 경기 재개와 함께 더 높아질 겁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현재 1분기 성장률을 10%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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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소식들이 나왔는데, 채권 금리는 잠잠했습니다. 지난주 같았으면 인플레 불안이 높아지면서 수익률이 치솟았을 수 있습니다.

이에 뉴욕 증시는 랠리를 벌였습니다. 장 초반 1% 수준으로 상승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오름폭을 키웠습니다. 다우는 1.95%, S&P 500 지수는 2.38% 상승했고, 나스닥은 무려 3.01% 치솟았습니다. 지난주 하락폭(다우 -1.8%, S&P 500 -2.45%, 나스닥 4.92%)을 거의 다 만회한 겁니다. S&P 500 지수의 이날 상승폭은 작년 6월 이후 9개월래 가장 컸습니다. 경기민감주도 상승했고 최근 조정을 받았던 기술주들은 더 올랐습니다. 테슬라가 6.36% 급등했고 애플 5.39%, 줌 9.65%, 퓨얼셀에너지 10.33%, 니오 8.69% 폭등했습니다.

사실 2월 제조업 PMI에서도 인플레이션 불안은 감지됐습니다. 세부지수 중 가격지수가 전월 82.1에서 86.0으로 오른 겁니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설문에 응한 많이 이들은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 코로나로 인한 인력관리 어려움 등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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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Fed의 예상에 부합합니다. 보복적 소비, 공급망 혼란 등으로 단기적으로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겁니다. 공급망 혼란은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차차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임금 상승에 의한 장기적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여전히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블룸버그는 2조3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호주의 5개 연기금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물가 상승 위험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호주 호스트플러스파티펜션펀드의 샘 스칼리아는 "시장이 틀렸다. 디플레이션 힘이 더 크다. 금리는 제로 근처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주 발표된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대비 1.5%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랙록 등 월가 많은 금융사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된 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주 금리가 갑자기 치솟았던 데는 기술적 요인이 좀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주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갑작스레 1.61%까지 치솟았던 건 25일 재무부의 7년물 채권 입찰에서 외국인 수요가 줄었던 탓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일본의 보험사 연기금 등 투자자들이 3월 결산이 많은데, 최근 채권 값 하락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지난달부터 매도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회계년도 말기에 윈도우 드레싱을 위해 2월부터 많이 올랐던 채권을 팔아 이익을 확보하고 새로 사지는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은 작년 12월말 현재 1조2513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가진 세계 최대 투자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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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금리가 갑자기 치솟자 모기지 채권(MBS)을 보유한 연기금에서 포트폴리오 전반의 듀레이션 상승 가능성에 만기가 긴 국채를 매도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른바 컨벡시티 헤징(convexity hedging) 수요입니다. 모기지 금리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리파이낸싱 수요가 감소하면 모기지 듀레이션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금리의 급작스런 움직임에 추세를 쫓는 CTA 펀드들의 매도도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이른바 '테이퍼리스 텐드럼'(taper tantrum)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일본 투자자들이 돌아오는 4월부터는 수급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시장이 계속 오늘처럼 지속적으로 안정적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될 겁니다. 금리는 경기 재개와 함께 계속 오를 것이 확실합니다. 수준과 속도가 문제겠지요. 월가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르겠지만 이미 한 번 연 1.6%를 경험한 만큼 1.7%대까지는 편안하게 오를 수 있다"며 "그렇게 올라도 이제 금융시장이 지난주처럼 놀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금리 인상에 대해 백신을 맞은 셈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8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금리의 수준이 주식의 가치평가에 위협이 되고 있는지 묻는다'면서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현재 뉴욕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 22배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10년물 수익률은 연 2.1%에 도달해야 주가와의 수익률 차이가 역사적 중앙값인 250bp(1bp=0.01%포인트)에 도달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금리가 2.1%에 달할 때까지는 증시가 안전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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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도 금리가 경기 개선 등 '좋은 이유'로 오를 때는 증시도 계속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10년물 미국 채권 수익률이 100bp 이상 상승한 기간은 열 번 있었다. 이 모든 경우에 글로벌 증시는 플러스 수익률을 제공했거나 최소 보합권을 유지했다는 겁니다.

물론 자세히 따져보면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계속 오른 건 아닙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 달 동안 10년물 수익률이 50bps 이상 올랐던 경우, 증시는 마이너스 혹은 매우 적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 가장 큰 이벤트는 미 중앙은행(Fed) 관계자들의 발언입니다. 매일 몇 명씩 연단에 섭니다. 오는 15~16일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다음 주는 공개 발언이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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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날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 라엘 브레이어드 이사,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가 발언을 했습니다. 이들의 말은 여전합니다. 바킨 총재는 "긍정적 경제 전망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은 놀랍지 않다. 금리는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금리 상승이 경제를 제약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4일이 하이라이트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월스트리트저널이 개최하는 행사에 참석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별달리 새로운 말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Fed가 위험자산 랠리 등을 누르기 위해 어느 정도 금리 인상을 용인할 것이라고 예고했었습니다. 그리고 Fed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부터 그동안 해왔던 멘트(△금리 상승은 경기 전망 개선에 따른 것이다 △인플레 위험은 낮고, 통제할 수 있다 △경기 전망은 좋아지고 있지만 단기적 위험은 남아있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Fed의 목표에 실질적 진전이 있을 때까지는 유지될 것이다 △테이퍼링을 하게 될 경우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에 알리겠다 등)를 반복하고 있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란 뜻입니다.

파월은 사실 딜렘마에 처해있습니다. 새로운 유화적 발언을 할 경우에도 인플레 우려를 부추겨 금리 상승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매파적으로 얘기할 경우엔 긴축 걱정을 불러일으켜 금리 상승을 폭발시키게 되겠지요. 만약 말로써 시장을 충분히 안정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에도 비트코인 게임스톱 등 더 많은 투기적 행위가 거세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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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원하는 것은 Fed의 말보다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장기채 매입 확대나 수익률곡선 콘트롤(YCC) 등 장기 금리를 안정시킬 카드를 꺼내드는 시점까지는 국채가 쏟아져 나올 때마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채권 값 상승)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지난주 호주중앙은행은 결국 시장에 밀려 장기 국채 매입을 두 배 가량 늘렸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난주 1.97%까지 치솟았던 10년물 수익률을 1.6%로 떨어뜨렸습니다. 결국 채권 투자자들이 이긴 것이죠.

Fed가 호주처럼 쉽사리 채권시장에 투항할 것이라고 예상하긴 어렵습니다. 장기 국채 매입을 늘리거나, 수익률곡선 컨트롤(YCC)을 실시하는 등 구체적 행동으로 말을 뒷받침할 때까지 수익률은 계속 높아질 수 있습니다. 즉 Fed와 채권 투자자들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Fed가 시장을 달래기 위해 정책을 미세조정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CNBC는 3월 FOMC에서 Fed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 국채를 팔고 대신 장기 채권을 사서 수익률곡선 기울기를 평평하게 만드는 것)를 부활시키거나,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IOER)을 현재 0.1%에서 0.15%로 높이는 방안을 채택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더 많은 유동성을 투입하지는 않지만 장기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방안입니다. IOER을 높이면 추가 부양책으로 풀리는 돈을 Fed 내에 초과지준으로 잡아둬 물가 불안 등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3월 FOMC는 경제 전망과 점도표를 내놓는 FOMC이기도 합니다.

금요일(5일)에는 2월 고용지표도 나옵니다. 고용이 시장 예상보다 더 빨리 개선됐을 경우에도 금리는 다시 오를 수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