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프로그램을 오는 9월까지 재연장한다. 만기가 더 늦춰지는 자금 규모는 140조원이 넘는다. 만기 연장이 이뤄지는 돈은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한편 이르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연 24.0%→20.0%)되면 신용카드나 저축은행을 통해 이뤄진 기존 고금리 대출 상당수도 이자가 떨어질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금 상환 연기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그룹 회장들에게 금융지원 프로그램 추가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6개월 연장 방안에 동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대출 만기를 늘려주고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해주는 6개월짜리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대출금 상환 연장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지난해 9월 똑같은 조건으로 반년 더 이어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140조여원의 만기가 늦춰졌다.

정부는 9월 지원 프로그램이 끝나 추가로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출금을 즉시 상환받지 않도록 했다. 만기가 끝난 뒤 갑자기 돈줄이 끊기는 ‘대출 절벽’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 금융지원’ 연착륙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들은 수년간에 걸쳐 분할상환하는 방법을 통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서서히 줄여주는 방식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도 코로나19 금융지원 중단의 충격이 단기간에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책을 마련해 은행이나 차입자 모두 계획적으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하반기에 법정 최고금리가 연 4%포인트 떨어지면 저축은행은 물론 카드·캐피털업계의 기존 대출에도 소급 적용을 유도한다. 금융위는 지난달 ‘2021년 금융소비자국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면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행 시점부터 기존 대출의 최고금리도 연 20.0%가 적용되도록 금융사들의 자발적인 금리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대출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 27.9%였던 최고금리를 연 24.0%로 인하한 2018년에도 카드사와 캐피털사, 저축은행은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기존 대출에 법정 최고금리를 소급 적용했다. 저축은행은 2018년 11월 금융감독원이 여신거래표준 약관을 개정하면서 최고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이를 소급 적용할 의무가 생겼다.

박종서/박진우 기자 cosmos@hankyung.com